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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녀온 서유럽 4개국 코스는 나 자신은 이미 1979년 8월 오스트리아에서의 4개월간의 연속주조공장 계측제어분야 기술연수, 1986년 6월 영국에서 2개월간 진행된 고로(용광로) 전산제어분야 기술연수,1990년 3월 유럽 연속도금설비 기술조사를 위한 8일간의 출장, 그리고 1994년 9월 세계측정단체연합 13차 이태리 총회에서 논문발표를 위한 7일간의 출장 등 4회에 걸친 6개월15일간의 해외연수와 출장기간 중 틈틈히 시간을 내어 여행을 다녀온 곳이었다.
하지만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어 오는 유럽으로 가고 싶다는 집사람의 간곡한 요청도 있었고, 집사람과 함께 하는 의미있는 해외여행이었기에, 대한항공 직항편을 이용하고, 대영박물관의 작품에 감탄하고 하이드파크의 여유로움과 웨스터민스터 사원의 아름다움에 취해보고, 프랑스 에펠탑에 올라 파리시내 예술적인 전경을, 루브르박물관에서 모나리자의 미소를 , 서양화 전공인 집사람이 그렇게 가보고 싶어했던 몽마르뜨 언덕에 올라 거리의 화가들도 만나 볼 수 있으며, 스위스 3,454m 융프라우의 만년설과 전원적인 풍광을 감상하고 그리고 이태리 콜로세움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검투사들의 혼을 느낄 수도 있는 역사와 문화의 보고인 서유럽을 고품격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모시겠다는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한진관광을 이용한다면 의미있는 여행을 뜻있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에 한진관광의 서유럽 4개국 10일 코스를 선택하였다.
그러나 막상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모처럼 가져보는 의미있는 부부여행을 한진관광의 준비부족과 동반여행객들의 불만에 '항의할 것이 있으면 서울에 돌아가서 본사에 따지라'고 무책임한 말을 해대는 인솔자의 무성의한 태도, 영국과 프랑스에서의 버릇없고 방자한 여행가이드, 4, 5일 째인 프랑스를 출발하여 밀라노까지의 가이드 없는 여행 등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의 최악의 여행진행과 서비스에 모두 신경이 예민해지고 지쳐서 각자의 의미있는 해외여행은 점점 망가져가고 있었다.
열 여섯분이 함께 여행하였는데, 지검장 출신이며 현직 변호사이신 70대 후반의 박 변호사님 부부, 서울 인근 모골프장 사장을 하시다 3월 퇴직하셨다는 60대 후반의 김 사장님 부부, 고교 동창생이면서 결혼도 3일 차이로 했고 결혼 25주년을 기념해 하는 여행이라는 50대 중반의 미국 공인회계사 출신의 조 부사장님 부부와 일산에서 부동산 임대업을 하신다는 정 회장님 부부, 대구에서 식품회사를 경영하고 계시는 50대 초반의 허 사장님 부부, 40대 후반의 현대자동차 톱 세일즈맨이신 김 차장님 부부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으시다 퇴직하셨다는 70대의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다는 20년간의 교직생활을 청산하고 야구에 푹 빠져 있는 미혼의 40대 효녀딸 모녀 등, 매우 가정적이시면서도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고 계시는 40대후반에서 70대 후반까지의 품위 있으신 분들이셨다.
여행에 참가하신 모든 분들이 한진관광의 일방적인 여정변경과 도심에서 1시간반 이상의 거리에 있는 호텔, 약속과 다른 성의없는 식사제공, 가이드도 없는 여행진행 등 모객시의 고품격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약속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여행진행에 불만이 극에 달하였으며, 한진관광이 하는대로 더 이상 맡겨둘 수 만은 없으니 우리 스스로 이제 서로 자기소개도 하고 총무도 뽑아 여행진행에 관여하자고 입을 모았고, 여행 4일차 저녁 스위스 인터라켄 인근의 산장호텔에서, 한진관광의 의도적인 행동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소개 시간을 내주지않아 서먹서먹했던 서로가 비로소 술한잔을 기울이면서 통성명도 하고 현대자동차의 김차장님을 총무로 만장일치 선출하였으며 모든 것은 총무를 통해 한진관광에 의견을 제시하기로 하고 하루 더 경과를 지켜 본 후 행동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우연히 하나투어에서 온 일행과 융프라우요흐에 올라가는 열차의 같은 객실에 타게 되었는데 지금까지 우리가 받아온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른 자세한 설명과 안내를 하고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하고 있는 하나투어 여행진행에 모두 감탄하였다. 하나투어는 밀라노 대성당에서도 만날 수 있었는데, 우리는 가이드도 없이 말없이 구경만 하고 있는데 하나투어는 가이드가 역사적인 배경과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할 곳 등을 상세하게 설명도 해주고 사진도 찍어주는 등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일부 동반여행자들이 하나투어 여행객 속에 끼어 설명을 듣자 자존심도 없느냐며 힐책을 당하기도 했다. 심하게 얘기하면 우리는 영국, 프랑스 스위스, 그리고 이태리의 밀라노까지 5일동안 여행안내를 받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여행 5일째, 밀라노에서도 역시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는, 완전히 다른 도시에 있는, 호텔을 찾는데 운전기사가 헤메는 바람에 저녁 10시반이 넘어 호텔에 도착하였고,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모두 항의하는 바람에 우리는 총무님 방에 모여 대책협의를 하였고, 한진관광 본사에 더 이상 여행을 계속할 수 없으니 귀국시켜달라고 강력 항의하였다.
다음날 아침 향후 남은 일정은 성실하게 여행진행을 하겠다고 한진관광 본사에서 약속하였다는 인솔자의 설명과 사과의 말을 듣고 이왕 시작된 여행 한번 믿어 보자며 여행은 계속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하여 그나마 베니스, 피렌체, 로마는 제법 노련하다는 가이드가 배정되어 가까스로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우리 집사람과 딸아이가 2년 전 하나투어 패키지로 미국 서부를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와는 너무 다른 서비스와 여행진행에 집사람도 몹시 분개하여 한진관광이 여행을 완전히 망쳤다고 통탄하였으며, 우리 부부는 더이상 한진관광은 이용하지 않기로 다짐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