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의 노래, ‘사랑해 (Fall In Love)’가 감동을 전해주던 어느 결혼식장. 화사한 봄꽃처럼 아름다웠던 신부의 손을 꼭 잡고 신랑이 직접 축가를 불렀다. 가사의 내용처럼 늘 서로 위하고 사랑하는 행복한 가정 이루기를 새해 첫 소원으로 빌어본다.
키 173㎝, 체중 58㎏에 까무잡잡한 피부의 국민 가수가 있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왜소한 체구지만 노래 잘 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가수라고 한다. 실제로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그의 3집 음반인 「잘못된 만남」은 1995년에 발표되어 판매량 330만 장의 대기록을 세워 한국 기네스에 등재되기도 했다.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독특한 음색과 댄스곡이나 발라드 그 어느 영역의 노래도 잘 부르는 가수이다. 지금까지 그는 12장의 공식 음반을 발표했다. 1992년의 1집 「Kim Gun Mo」가 시작이고 2008년의 12집 「Soul Groove」가 최근 앨범이다.
가히 국민 가수라 아니할 수 없는 김건모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가 있다.
새해 처음으로 혼인을 축하하기 위해 결혼식장을 갔는데 거기서 참으로 감동적인 축가를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가 함께 갔어야 할 자리였는데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결혼할 나이가 된 딸아이와 함께 참석한 결혼식이었기에 그랬는지 전에 없이 축가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보통의 경우, 신랑이나 신부의 친구들이 축가를 부르는데 그날은 친구들의 결혼 축가 이후에 신랑이 직접 신부의 손을 꼭 잡고 축가를 불렀다.
“꽃이 피면 나비가 돼 줄게
내 뒤를 따라 날아오면 돼
비가 오면 우산이 돼 줄게
내 품에 안겨서 넌 비를 피하렴.
낙엽 지면 친구가 돼 줄게
내 손을 잡고 걸어가면 돼
눈이 오면 지붕이 돼 줄게
내 코트 안에서 넌 편하게 쉬면 돼”
어찌나 감동적이던지 신랑이 꼭 그렇게 해 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식장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감동의 물결이 가득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환상의 짝을 만났다. 나도 모르게 사랑이 가득한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소망하는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새해 들어 처음으로 찾은 결혼식장에서 듣게 된 이 노래는, 국민 가수 김건모가 2008년에 발표한 12집 앨범 「Soul Groove」에 수록된 ‘사랑해 (Fall In Love)’이다. 누구라도 공연장에서 김건모가 피아노를 치며 부르는 이 곡을 직접 듣는다면, 아름다운 신부로서 주인공이 되고 싶을 만큼 매혹적인 곡이다.
결혼식이 끝나고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나서, 차들이 분주히 빠져나가는 틈에 끼여 식장을 떠나오면서 골똘히 김건모를 생각했다. 그의 나이는 노래 솜씨로만 보면 청소년 같은데 불혹의 나이를 지나 벌써 2년이나 더 가고 있단다.
이 아름답고 매혹적인 노래를 불러, 가슴 가득히 감동으로 채워주었던 김건모는 노총각이다. 누구도 쉽게 가질 수 없는 천재적인 소질을 타고난 김건모가 아직 노총각이라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세상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산사에서 도를 닦는 스님들도 자기 머리는 스스로 깎지 못한다더니 딱 그 형국이 아닌가 싶다.
그의 8집 앨범에 수록된 노래 ‘My Son’의 가사를 음미해보면, 어릴 적에 그의 어머니는 존경받는 의사나 변호사가 되기를 희망했지만, 아버지는 가끔 어머니 몰래 아들의 노래를 들어주곤 했던 모양이다. 그런 상황에서 김건모는 스티비 원더(Steveland Judkins Hardaway, 1950년생, 미국의 시각장애 가수)나 비지스(Bee Gees)처럼 노래를 하고 싶어 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기쁜 세상 밝게 비추는 노래를, 세상 모두 하나가 되는 노래를, 흰머리에 나이 들어도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이것은 키가 작고 못생겨도 할 수 있지 않으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소망대로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고 있다. 꿈을 이룬 셈이다.
김건모는 아직 혼자다. 어쩌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더 베풀기 위함인지도 모를 일이다. 작은 거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비록 자신은 키도 작고 까무잡잡한 피부이고 못생겼다지만 미운 곳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다. 그래서 여태 혼자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런데 김건모는 능력 없는 무심한 남편들 때문에 토라진 아내들에게, 못난 남편들을 대신해 사과도 해주는 능청스러운 노총각이기도 하다.
그의 7집에 수록된 ‘미안해요’를 통해 이렇게 감동을 전한다.
“그대는 나만의 여인이여 보고 또 보고 싶은 나만의 사랑
그대는 나만의 등불이여 어둡고 험한 세상 밝게 비춰 주네요.
그대여 지금껏 그 흔한 옷 한 벌 못해 주고
어느새 거칠어진 손 한번 잡아 주지 못했던
무심한 나를 용서할 수 있나요. 미안해요.”
결혼도 안 해 본 사람이 어떻게 이런 노래를 할 수 있을까. 김건모는 정말 천재다. 마술사 같다. 그런데 자꾸만 안쓰러움까지는 아니어도 숨길 수 없는 안타까움이 인다. 그동안 그의 노래처럼 ‘잘못된 만남’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더는 ‘핑계’대지 말고 아름다운 그의 신부에게 ‘사랑해(Fall In Love)’를 직접 불러주는 장면을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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