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물 하루 13만개몰려도 끄떡없어…세계 톱 물류 시스템의 비결]
유럽 평균의 5배 정확도에 시간당 5만개 처리 능력
컨베이어 벨트 수송 시스템, 사람이 직접 타보며 개발
추석 연휴 기간 인천공항에 국내외 여행객 56만6000명이 몰릴 전망이다. 추석과 중국 국경절(10월 1~7일)을 맞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만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작년보다 40% 늘어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수하물(手荷物·baggage) 담당 부서는 24일 비상근무체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연휴 기간에 평소보다 약 30% 많은 하루 13만개의 수하물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시간당 5만개 이상의 수하물을 처리하는 자동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큰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7년 연속 세계 최고공항'에 선정된 인천국제공항의 경쟁력은 쾌적한 시설과 가장 빠른 출입국(각 16분·12분) 시간뿐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짐 잃어버렸다'는 얘기를 듣기 힘들 만큼, 수하물 관리도 세계 톱 수준이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의 수하물 미탑재 비율은 10만개당 3.9개. 유럽 평균(19.8개)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미국 평균(6.8개·국내선 기준)보다도 절반가량 낮다.
◇'88㎞ 거미줄'수하물 처리 시스템
인천공항의 수하물 처리 경쟁력의 비결은 지하에 숨어 있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보안이 삼엄했다. 인천공항을 통해 드나드는 하루 평균 10만여개의 수하물이 모두 모이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지하 철제문을 여는 순간 '웅웅'거리는 모터 소리와 함께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와 같은 빼곡한 레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접시 모양의 회색 트레이에 담긴 수하물이 드르르륵 소리를 내며 고속으로 레일 위를 지나갔다. 인천공항공사 수하물운영팀 한홍재 과장은 "각 수하물이 중앙 서버의 통제를 받으며 초당 7m의 고속으로 자신이 탈 비행기를 찾아가는 현장"이라고 했다.
인천국제공항의 수하물 처리 시스템(BHS)은 상하좌우 360도로 설치된 레이저 기기로 수하물의 바코드표(tag)를 인식해 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부터 출발 항공편까지 짐을 자동으로 분류해 운송한다. 공항 지상 3층부터 지하 1층까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뻗어 있는 '수하물 도로'만 88㎞에 달한다. 체크인 카운터에서 항공사 직원의 손에 건네진 수하물은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탄 뒤 멈추지 않고, 보안검색기와 레이저 리더기 등을 거치며 자신의 항공편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총포류나 마약류 등 위험물질 탑재가 의심될 경우, 중앙 서버가 조용히 옆 레인으로 빼낸다. 비행기가 멈춘 사이 지하에선 치열한 '수하물 운송 전쟁'이 벌어지는 것. 이렇게 모든 수하물이 중앙 서버의 통제하에 자신이 탈 비행기를 찾아가는 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인 평균 26분에 불과하다.
◇시스템과 운영의 시너지
인천공항의 정확한 수하물 처리는 시스템의 힘만은 아니다. 해외 유수의 공항도 인천공항과 비슷한 규모의 BHS를 구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오류 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천공항공사 측은 먼저 24시간 끊이지 않는 운영 시스템을 꼽는다. 인천공항 수하물 관리에 투입되는 인력은 3교대로 총 540여명. 인천공항 BHS를 구축한 포스코ICT의 김욱표 팀리더는 "모든 라인을 이중화해서 운영하고, 비상사태를 대비해 연간 31회의 비상훈련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수하물 오류에 대한 높은 민감도 역시 경쟁력을 높인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우리 국민은 외국 승객보다 수하물 서비스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 자체적으로 높은 기준을 설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통에 앞서 철저한 준비를 한 것도 경쟁력의 요인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수하물 1만개를 테스트용으로 준비해 1년 반 동안 치밀하게 준비했다"며 "사람이 직접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타고 곳곳을 다니면서 문제점을 검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