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열 삼극 출력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필자가 고른 첫 번째 관으로는 RCA의 명출력관인 45를 골랐다. 아마도 필자가 RCA 45를 명 출력관 이라 부른다면 그동안 삼극관을 수십년간 즐겨오신 선배 애호가 분들이나 혹은 바다건너 일본 서적을 오랫동안 탐독하신 분들 그리고 그 영향을 많이 받으신 분들은 "에이! 45같은 원초적 하급관이 무슨 명 출력관이야..."라고 반문을 하시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론 미국계 직열 삼극관중 최고의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RCA의 45와 WE의 VT52를 선택 할 것이다. 아마도 일반적인 상식으론 RCA의 관중에선 50과 WE의 관중에선 300B나 300A를 택하는 것이 항간의 명성으로 보나 희귀성으로 보나 가격으로 보나 옳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필자가 '3극관 120% 즐기기'에서도 이야기하였듯이 필자의 주장은 그 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주장과 매우 상이한 점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믿거나 말거나 독자들이 판단하시기 바란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 비교적 대출력에 속하는 50이나 300B 같은 관보다 45 같은 소출력관을 더 선호 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앰프는 출력관의 출력이 커지면 사운드 스테이지가 커지며 힘있고 시원스러운 재생음을 즐길 수 있는 반면에 적은 출력의 출력관에 비해 해상력이나 뉘앙스는 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소출력관의 경우는 스테이지가 작아지고 뒷심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을수 있겠으나, 작지만 정교하고 아기자기한 스테이지와 더불어 제대로 시스템을 구성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섬세하고 디테일한 해상력등 직열 삼극관을 즐기는 맛을 알게 해주는 그런 장점이 있다.
대개(혹은 필자만의 사견일수도 있겠으나) 오디오 경력이 오래 될수록, 삼극관이나 빈티지쪽 취향을 즐기는 애호가일수록 음악감상의 패턴이 소편성 음악을 적당한 음량으로 감상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면 2W 미만의 출력을 가진 앰프라도 메인앰프로써의 활용은 충분할 것이다.
골수파 직열관 매니아라 불리는 사람들일수록 앰프의 출력이 자꾸 작아져서 나중에는 겨우 0.5W 출력의 WE101D 같은 출력관의 앰프가 최고라고 주장하는데도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는게 최근 들어서의 필자의 생각이다. (필자도 이짓을 시작한 10여년 전엔 그런 사람들을 매니어-영어로 쓰면 근사할지는 몰라도 그때 필자는 "미친놈"이란 의미로 사용했음-라 불렀다)
여하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RCA45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기로 하자. 진공관 명가인 RCA에서 태어난 45란 관은 아마도 지금은 잊혀져서 조그마하고 볼품없는 진공관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기실은 그 나름대로 한 세대를 풍미한 관중의 하나이다. 71과 더불어 초기 라디오 시대 출력관으로 그리고 고급 장전축의 출력관으로 등등 많이 쓰였던 관이다.
45는 RCA의 최초의 진공관인 UX 201에서부터 발전하여 생긴 UX 245의 최후버젼 인 셈이다. 45의 종류에는 항아리 형태의 작은 ST관의 45가 있고 45 이전의 구형 모델로 나스관 가지(나스는 가지의 일본말)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나스관 혹은 풍선 형태라 해서 벌룬관 으로도 불림) 형태의 245, 345, 445(445도 있는지 모르겠다, 필자의 기억에 50의 나스관으로 450이 있다는 것은 확실한데...) 등 여러 가지 종류의 나스관들이 있다.
혹자는 이야기 하길 45의 구형관이 245이므로 345나 445는 더 오래전 모델 혹은 더 고전관 이므로 소리도 더 좋다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실제로는 거의 같은 시대의 관들로써 1로 시작하는 관들은 청색 유리관으로 유명한 "악투르스"란 회사에서 생산된관이고, 2는 "래디오트론"사의 관이고, 3은 "커닝햄"사의 관 그리고 4는 "드 훠레스트"사의 관앞에 붙는 분류기호(?)쯤 되는 번호이다. 고로 245는 래디오트론사에서, 345는 커닝햄사에서 만든 관이란 이야기이다.
여담으로 이 래디오트론(R)사와 커닝햄(C)사가 합쳐서 RCA사가 되었다. 이러한 관이 후기에 와서 45라는 ST타입의 관으로 바뀌어서 생산되었는데 45역시도 쓰임새가 많아서 여러 회사에서 생산되었는데 RCA, GE, Ken-Rad, Raytheon, Tungsol, Westing House 등 거의 모든 미국계 회사들과 OEM으로 라디오 회사들의 이름을 가진 것 등 다양한 45가 있다.
재생음의 경향은 신관으로 볼 수 있는 45는 좀더 소박하고 힘있는 소리이며 고전관인 245등은 45에 비해 섬세하고 윤기가 있어서 현악 재생등에 발군이다. 필자의 생각으론 값이 싸고 많이 생산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에게 천대받은 진공관이 있다면 그것은 삼극관에선 45이고 빔관에선 6V6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 관들은 싸고 흔하다는 이유 때문에 어느 누구에게도 그 가진 능력을 100% 자랑해 보지도 못하고 소홀하게 취급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하긴 어느 누가 싸구려 진공관에 최고급 부품과 최고 수준의 회로를 적용하여 정성을 들여 만들까마는 실제로 45나 6V6은 공을 들인만큼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출력관들 이다.
출력관의 소리는 대개 초단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개로 그 나름대로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45의 경우는 순박함이란 단어로 특징 지워질 것 같다. 필자가 남들이 다 명관이라고 하는 300B의 소리를 별로라 혼자 주장하는 이유는 (물론 사람마다 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300B 중역의 농염한 소리가 싫기 때문이다. (남들은 이 부분이 매력 포인트라 하지만...) 300B의 소리가 도회지의 짙은 화장을 한 농염한 미녀라면 45의 소리는 순박하고 건강하며 수수한 시골처녀를 연상시키는 그런 음을 낸다.
원래 겉으로 들어난 화려함이나 아름다움은 쉽게 실증이 나지만 순박하고 수수한 가운데 발견되는 아름다움은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되며 바로 45의 소리가 이러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45의 소리를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은 대개 그 소리를 촌스럽다 하거나 혹은 맛이 없다고 (음식은 아니지만 맛이란 단어는 직열삼극관을 평가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어이다) 혹평을 한다. 그러나 반면에 45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45외에 다른 진공관은 진공관 취급을 하지 않는 그런 관이기도 하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인 45란 관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45는 (245도 스펙이나 핀 배치 등이 동일) 위의 그림처럼 캐소드가 없는 직열관이며 대개의 미국계 직열관이 같은 핀배치를 가지고 있다. 45는 플레이트 손실이 약 10W정도 되는 관으로 실효 출력이 약 1.5 ~ 2.5W정도의 싱글 앰프를 만들 수 있다.
출력을 얼마나 뽑아야 적당한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바다건너의 일본인들은 관의 수명을 고려해서 대개는 적게 뽑자 주의인 것 같고 (45의 경우 대개 1~1.5W) 서양 사람들은 관의 수명보다는 음질이 가장좋은 포인트 또는 출력을 많이 뽑아내는 쪽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대략 2~2.5W) 필자의 경우는 중용을 좋아하므로 45의 경우 대략 2W 정도의 출력이 되는 것을 좋아한다.
45를 가지고 싱글앰프를 제작할 때 플레이트에는 약 275V의 전압을 걸고 35mA정도의 전류를 흘린다. 이때 휠라멘트에 걸리는 바이어스 전압은 약 -55V정도가 된다.(그러나 실제상황에서는 관에따라 편차가 있으므로 -50~-55V사이가 된다) 이상의 조건으로 45를 동작 시킬 때 플레이트의 임피던스는 약 1700Ω 정도가 된다.
3극관 싱글앰프 제작시 출력 트랜스 선택은 플레이트 임피던스의 대략 3배정도를 기준으로 하므로 계산해 보면 45의 경우는 출력트랜스의 Primary(1차측) 임피던스가 5.1㏀이 되므로 시중의 5㏀ 출력 트랜스포머를 사용하되 적어도 35㎃ 이상의 전류를 흘릴수 있는 제품을 사용하여야 한다.
이상으로 RCA의 명관 45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를 마치기로 하고 다음글에는 싱글앰프 제작시의 주의점 그리고 간단한 45SE amp의 회로를 소개 하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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