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건강과 무공해 음악

오디오전도사 2010. 2. 21. 21:55

건강과 무공해 음악
('04.11. 3. 정현빈)

‘갑자기 건강에 관심이 많아진다면 이제 당신도 서서히 늙어간다는 것이다.’라는 얘기를 떠올리면서 잠시 하던 일을 멈춘 적이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온 날들이 다 모아도 며칠 되지 않는 것 같은데 벌써 반 백년이 다되어간다.

전에는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었는데, 이제는 이왕이면 무공해식품이나 유기농 재배 농산물에 주로 손이 간다. 그리고 보약으로 으레 인삼이나 녹용 등을 권유받고 또 그런 쪽에 관심이 끌린다.

더 심각한 것은 어쩐지 심산유곡에서 자라는 희귀한 풀이나 재배가 아주 까다로운 약초들을 잘 갈아 먹으면 몸에 좋은 역할을 할 것 같고 비싼 보약이라도 한 첩 먹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빠져 그저 가을이 지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끙끙 앓던 가을의 추억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간다. 주위에 널려 있는 온갖 것들이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으니 큰 일이다. 공기와 물이 그러하듯이, 우리 주변에 흔한 것은 그만큼 사람들에게나 세상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에게 많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인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어이 이 사람아! 흔한 것이 오히려 값진 것이네. 글고 그것이 절대적으로 필수적인 물질인 것이여.”

손에 산야초를 담은 봉지를 들고 산을 내려오다 그저 단풍구경이나 하러 산에 오르는 나를 향해 던진 어느 노 선배의 가르침이다. 산을 날라 다니는 것 같은 가뿐한 자세로 오르내리는 그 분의 건강 비결은 바로 널려있는 흔한 산야초, 바로 그것이었다.

그 분 말씀은, 우리 주변의 산과 들에 지천으로 깔려 스스로 자라고 있는 산야초야말로 그 강인한 생명력과 풍부한 영양소로 말미암아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하고 아픈 사람들을 힘든 고통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천혜의 보약이라는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자연환경과 늘 부딪치며 살아가지만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산야초들의 일생을 생각하면서 축 늘어진 어깨를 바로 세우게 된 오늘은, 새로운 가을의 전설이 시작된 날이다.

때로는 지루하고 긴 장마에 시달리기도 하고 작렬하는 태양아래 타는 목마름을 견디어내기도 하며 혹독한 추위와 병충해와도 부단히 싸우면서 다른 식물과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산야초들의 그것은 우리 인간들의 그것과 비교하여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치열한 삶이라는 생각에 산행 내내 풀 한 포기라도 밟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산을 내려와 밥 대신 무공해 음악을 들었다. 여름 같았으면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을 들었을 것인데, 활동 당시 세계에서 가장 서정적인 아티스트로 평가받았던 ‘존 댄버(John Denver)’의 서정성이 가득한 ‘자연의 음악’이자 ‘무공해 음악’인 ‘Sunshine on My Shoulders`를 들었다.

마치 산야초들이 뿌리의 삼투압작용과 잎의 광합성 작용을 통해 흡수한 대지의 생명력과 태양에너지를 그대로 농축해 놓았다가 한 첩 한 첩 달여 내 놓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