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철새는 날아가고

오디오전도사 2010. 2. 21. 22:14

철새는 날아가고
('05.11. 8. 정현빈)

드디어 철새가 푸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 있다. 철새가 부담스럽기 시작한 것이 다름 아닌 조류독감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항상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정치철새들은 오히려 온갖 정성으로 가꾸어 놓은 안마당에 내려앉아 벌써부터 텃새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정작 사라졌으면 했던 정치철새들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기다리던 손님처럼 반갑기까지 했던 수많은 철새들은 이제 경계대상이 되고 있어 가을이 더 쓸쓸해져 간다.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우리에게는 ‘철새는 날아가고’라는 노래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난 70년대 초, ‘폴 사이먼과 아트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노래로 소개된 이 곡은 어떤 이들에게는 ‘로스 잉카스’ 그룹의 연주로 더 가슴에 남아 있기도 할 것이다.

남미 페루의 민요로 알려진 이 곡이 ‘폴 사이먼(Paul Simon)’이 가사를 붙여 개작한 곡으로 소개되면서 국내에서도 많은 애청자가 생겼다. 70년 9월 12일자 빌보드 차트에 처음 등장하여 18위를 기록했던 ‘엘 콘도르 파사’는 조류독감 여파 때문에 우연히 가슴 깊이 둥지를 튼 무시할 수 없는 텃새가 되어 간다.

오늘날까지 세계 최고의 보컬 하모니를 자랑하는 ‘사이먼과 가펑클’의 곡으로 듣는 ‘철새는 날아가고’는 이제 이 쓸쓸한 가을이 아무리 깊어가도 좋은, 소중한 동반자가 되어 간다. 그것도 희망으로 나아가는 따뜻한 동반자이기에 더욱 그렇다.

당당하게 비상하는 콘돌(남미산 독수리 일종)처럼, 우울하고 답답한 현실을 뚫고 직접 자유를 찾아 나서거나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그저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해결책을 찾아 나서고자 한다면 ‘엘 콘도르 파사’가 훌륭한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페루의 안데스 지방 원주민(인디오)들이 그랬던 것처럼, 절망이 아닌 희망을 노래하는 가을이 더 풍요를 가져다 줄 수 있으리라.

‘사이먼과 가펑클’은, 이 곡 ‘철새는 날아가고’에서 철새로 왔다가 홀연히 어디론가 날아가는 백조의 삶을 갈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자유 때문인 것 같다. 달팽이나 못으로 사는 것보다는 참새나 망치로 사는 것이 더 자유롭지 않느냐고 묻는다. 누구라도 이 가을 이 곡과 함께 한다면 ‘길’이 아닌 ‘숲’으로의 삶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