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리뷰 PIFF REVIEW <빌보드 레코드> 글쓴이___동명 올린 시각___2007-10-09 오후11:04:00 조회 수___102(2007. 10. 12, 21:30 에 옮길 때까지) 빌보드 레코드/Billboard Records의 감상리뷰입니다.
<빌보드 레코드>
순천에서 1990년대 운영되던 <빌보드 레코드> 가게는, 돈 보다 음악을 좋아하는 그 곳 젊은이들의 모임 장소이자 문화적 해방구였다. 감독이 장성하여 서울에 올라온 사이, <빌보드 레코드>는 문을 닫는다. 넘쳐 나는 음악 다운로드 문화와 갈수록 약해지는 음반 산업 등이 이유이다. 감독은 가게 주인아저씨와 어린 시절 자신과 꿈을 나누었던 사람들, 혹은 이름만 들었을 뿐 실제 만나지는 못했던 가게 단골들을 수소문하여 그들을 인터뷰한다. 세계의 우수한 음악을 추천하고 음반을 발매한 성시완 씨도 이 인터뷰에 동참한다.
이 영화의 표면적인 주인공은 가게 주인아저씨인 정현빈 씨이다. 그는 음악을 진정 사랑하고 돈에 종속되려고 하지 않는 삶을 추구한다. 그의 말 속에는 영화의 핵심적인 주제가 있다. “만일 내가 음악을 한다면, 내가 재주가 없어서 잘 하지도 못할 것이고...그래서 내가 주제넘게 음악을 한다고 나서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만든 음악을 내가 다 들어보면 어떨까? 차라리 그것이 음악계에 더 발전이 되고 보탬이 되는 일이 아닐까?”
모든 사람들이 스타가 되려고 하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명해 지고 싶어 한다. 예술가를 꿈꾸는 이들은 모두 자신의 이름을 예술계에 남기려 기를 쓰며 애쓰고 있다. 다큐멘터리 계에도 이러한 경향은 예외가 아니다. 누구를 추모하고 누구를 기념하기 위한 영화는 너무나도 많다. (그 누구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잊고 있다. 천재적인 예술가, 고뇌하는 아티스트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만든 작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 영화는 카메라를 화려한 무대로 비치지 않고, 낮고 어두운 곳으로 비춘다.
그것도 자신이 제일 잘 아는 사람을 인터뷰한다. 주인아저씨를 비롯한, <빌보드 레코드>를 통하여 만난 사람들과의 인터뷰는 ‘인터뷰’라기 보다는 친구들 사이의 ‘담소’와 같다. 카메라는 유명한 사람을 꼭 기록해야 하고, 이 영상을 후대에 남겨 대대로 전해야 한다는 식의 의무감에서 벗어나 있다. 한마디로 이 영화의 주제는 즐/거/움이다. 음악을 듣는 즐거움, 좋은 음악을 같이 나누는 즐거움, 유명한 예술가들의 알아듣지도 못할 어려운 말들을 해석하는 고통에서 벗어나 우리 주위의 친근한 사람들과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나누는 즐거움...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라디오 스타>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 영화 속 주인공은 한 지방 방송의 라디오 진행자이기도 하다. 지방과 서울, 낡은 LP판과 MP3 플레이어, 유명하지는 않지만 예술적 가치가 높은 노래들과 상업적 노래들, 1990년대와 2000년대...이 영화는 전자의 손을 들어 준다. 마치 <라디오 스타>가 강원도 영월의 문화와 지방 방송의 손을 들어 주었듯이.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라디오 스타>에서는 지방 방송이 전국 방송으로 확대되는 달콤하지만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마무리하는데 반하여, 이 영화는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 영화가 개봉된다고 해서 <빌보드 레코드>가게가 갑자기 다시 살아나거나, 음악을 다운로드 받던 사람들이 다시 음반가게로 갈 수 있을까? 그렇게 쉽지 많은 아닐 것이다. 영화는 억지로 해피엔딩을 설정하지는 않았다.
지방 소도시에서 세계의 우수한 음악들을 섭렵하던 주인아저씨는, 조선시대 유배를 가서도 청나라의 세계적 석학 옹방강 등과 학문과 사상을 교류하던 추사 김정희를 떠올리게 만든다. 생각은 세계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 하라고 반세계화 운동가들은 외친다. 정현빈 아저씨는, 모두가 서울로, 상업적인 것으로, 유명해지려고 하는 현재의 추세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분이다. 그의 좁디좁은 가게와 조그마한 방은, 세계 음악의 아름다움과 전 방위로 통하고 있다. 그의 도도한, 자신감 있는 모습에서, 어떻게 해서든 외국에 나가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
'동명'____이라는 필명의 그대여. 한 번의 인연으로도 이렇게 가슴 저미는 아픔을 느끼게 할 수도 있네요. 이 아픔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고마운 눈물이 줄줄 흐르는 아픔이어서인지 제가 좋아하는 Free Bird 같은 아픔이며 자꾸 David Coverdale의 Blind Man이 듣고 싶어집니다. 저는 약속을 잘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핑계가 있었습니다. 거리거리마다 음악이 흐르는 아름다운 도시 거리를 만들어 보자. 청소년 시절을 보냈던 그 거리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그 결심과 의지가 생각보다 약했는지 고작 10년 만에 그 약속을 잊고 말았습니다. 빌보드레코드를 가슴으로 추억하는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그들은 사과조차 받아드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원래부터 그들은 눈물 나게 멍청한 바보들이었으니까요. 작고 좁았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우주도 품을 만큼 크고 넓었으며 아무리 세찬 비바람이 몰아쳐도 그 안은 고요와 평온, 그리고 엄마의 품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 곳을 추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타는 아니어도 최소한 작은 영웅, 소중한 사람들, 착한 사람들, 성실한 사람들 더러 감히 생불이라 불리는 그래서 아무 것도 아닌 바보로 살 줄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제 빌보드레코드는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추억, 그것은 누구 말처럼 맛있고 든든한 간식입니다.
'동명'____이라는 필명의 그대여. 빌보드레코드와의 단 한 번의 인연으로도 그 든든하고 맛있는 간식 맛을 아시는 그대여. 가슴을 아프게 하는 그대가 고맙구려. 울고 싶은 때를 어찌 그리 잘 아시고...... 아무 근심 걱정 없이 빌보드레코드를 운영하던 때를 뒤돌아봅니다. 돈벌이와는 별로 인연이 없었던 터라 애초부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세상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가슴의 언어’가 마술을 부려 금방금방 달래주긴 했지만 지금처럼 밤새 이 노래를 들어도 가슴이 울지 못할 때가 가장 속상했습니다.
'동명'____이라는 필명의 그대여. 함께 그 곡을 듣고 싶습니다. Gladys Knight & The Pips의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입니다. 소중한 채찍을 주셨습니다. 다시 일어서야 하는 이유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동명'____이라는 필명의 그대여. 노래 한 곡 제대로 잘 부르지 못하고 악기 하나 근사하게 연주 할 줄 모르지만 음악, 가슴의 언어를 요리하는 최고의 요리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가다가 넘어졌습니다. 묘하게도 그대는 손을 내밀어주지 않고도 일으켜 세워 주시는 구려.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대로인해 두 배 세 배 사명감까지.
'동명'____이라는 필명의 그대여. 우리 언젠가 다시 만나면 그 잔혹하고 가슴 떨렸던 영화 Killing Field의 마지막 장면처럼 Imagine을 들으며 멀리서부터 달려와 껴안고 보듬으며 돌아봅시다.
동명 |
10-14 15:38 | HIT : 64 | |
어머나!!! 정말 놀랐고, 감사하네요. 피프리뷰 내용도 옮겨 주시고...또 제 글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남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솔직히 저는 음악에 문외한입니다. 정현빈 아저씨의 해박한 지식이 정말 부럽고, 놀랍기만 합니다.
좋아하는 가수를 물으셨지요? 여성 가수들을 좋아하는데, 심수봉, 강수지, 박정현, 이소라 씨등의 노래를 좋아합니다. 외국 가수로는...70년대 미국 가수들 노래를 좋아합니다. 아바나 카펜터즈 등의 가수들을 좋아합니다. 특히 올리비아 뉴튼존 좋아합니다. (이외의 가수들 이외에도, 아저씨께서 좋다고 생각하시는 가수의 노래가 있으면,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성 가수들 중에서 음악성이 괜찮은 데, 잘 안 알려진 사람 있으면, 이번 기회에 알게 되는 것도 좋겠지요)
아저씨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인터넷으로 이렇게 연락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
정현빈 |
10-15 15:44 | HIT : 51 | |
동명 씨, 오셨네요. 놀라지 마세요. 당연한 것을 과찬하시면 오히려 제가 부끄럽습니다. 저도 음악에 문외한입니다. 다만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도 지기는 싫다 하는 욕심이 쪼끔 있는 것 뿐이죠. 동명 씨도 이번 기회에 그 욕심 같이 한 번 내봅시다. 하루 세 끼 밥먹듯 늘 음악 열심히 듣고 또 가까이 하면서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욕심이 생길 겁니다. 이런 욕심은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기에 욕심 부려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배찬동 감독님도 동명 씨의 리뷰를 보셨을 겁니다. 전화 통화 중에 그 얘기를 했었습니다. 우리의 작은 영웅, 배찬동 선수! 이번 일을 계기로 끝까지 잘 지켜보시고 도와주십시오.
참, 김 씨 가문에 동방의 등불이신 거 같은데 이름이 멋지네요. 꼭 그렇게 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