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현철의 음악교육 예찬
피아노는 명민한 악기다. 건반을 누를 때마다 영혼의 음계가 쩌렁쩌렁 울린다. 굳이 악기가 아니어도 좋다. 동요 한 소절이 '감성 지능'을 매만진다. 이처럼 어린 시절 접하는 음악교육은 풍부한 감성의 발달과 닿아있다. 가수 김현철(40)씨는 "음악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음악은 즐거운 삶을 위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인데도 지금까지 지나치게 클래식 위주로, 또 음악전공자들만을 위한 무거운 교육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그는 "살아가면서 음악을 즐기는 것만큼 좋은 친구는 없다"고 했다.
◆음악은 삶의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준다
음악교육에 목소리를 높인 것은 그의 경험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어린 시절 피아노, 기타 등 악기를 배운 덕에 타국 생활에도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건설업에 종사하던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4학년 때 사우디아라비아로 가서 2년 정도 살았어요. 아버지 동료 중 한 분이 한국으로 떠나기 전, 기타를 물려주셨는데 거기에 빠져 독학으로 기타를 익혔죠. 덕분에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외롭지 않게 생활할 수 있었어요. 6학년 때 서울로 오자 기타 실력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스타가 됐죠."
그는 음악이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방어기제로 작용한다고 믿는다. 아이들에게 수학, 국어보다 음악이 더 필요하다고 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음악을 배운 아이들은 풍부한 감성과 유연한 사고력을 갖게 되는데, 이것이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쓰러지지 않게 하는 힘이 된단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도 생긴다. 그는 "부모들은 음악을 접하게 하는 것이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소홀히 다루지만, 아이들의 행복을 생각한다면 음악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며 "선진국에서 예체능 교육, 특히 음악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배울 것이 너무 많은 현실 앞에서 음악까지 배우기란 쉽지 않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 제일 먼저 그만두는 학원 중 하나가 피아노학원이다. 김씨는 "음악을 '배우는 것'이라는 고정관념부터 탈피하라"고 단언했다. 배우는 것, 즉 또 하나의 '공부'라고 여기면, 부모의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부담감에서 해방돼 같이 즐기는 것이 음악의 본질이다.
"악보를 읽고 음악기호를 이해한다 한들, 보통 부모가 아이에게 직접 음악이론을 가르치기란 매우 힘들어요. 음악인인 제게도 만만치 않은 일이죠. 굳이 가르치려 애쓰지 않아도 부모가 음악을 들려주고 함께 호응해주는 따뜻한 환경만으로도 아이가 조금 더 예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해요. 때론 한마디의 명언이 인생의 행로를 잡아주는 것처럼 어린 날 아빠, 엄마가 일깨워줬던 음악이 아이의 미래를 보다 풍요롭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클래식 감상이 정답은 아니다
김씨가 생각하는 좋은 음악교육이란 부모도 잘 모르는 클래식 음악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하기 싫다는 악기를 억지로 가르치는 것도 아니다. 매일 집에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 부모가 즐겨 부르는 노래를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반대로 아이가 자주 보는 만화영화 주제가를 부모가 배워 함께 부르는 것이다. 또한 집집마다 가풍처럼 이어받는 노래가 있어 대대손손 가족만의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그의 집에서는 늘 음악이 끊이지 않는다. 일곱 살, 다섯 살 두 아이에게는 음악이 친숙한 놀잇감이다. 같이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두드려보기도 한다. 최근에는 만화 '도라에몽' 주제가를 배워 아이와 부르곤 한다. 그는 "아내 뱃속에 있을 때부터 특별히 선호하거나 가리는 것 없이 다양한 음악을 많이 들려줬다"며 "팝송, 대중음악, 클래식 등 어떤 장르의 음악이든 아이들의 감성 지수를 높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즘 두 아이는 음악을 듣고 느낌을 적는 음악일기를 쓰고 있다. 음악일기는 좀 더 효과적인 음악교육을 위해 김씨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음악을 들려주고 자유롭게 감상평을 써보는 형식이다. 그는 "음악일기를 통해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그날의 기분이 어떤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의사 표현 능력까지 기를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같은 음악이라도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감상하는 능력도 자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꿈은 정형화된 음악교육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대중음악가가 되는 것이다. 2004년부터 '키즈팝(kid's pop)'을 만들어 어린이를 위한 음악을 전파했고, 유독 어린이의 음성이 삽입된 노래를 많이 만든 것도 꿈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저는 음악교육을 행복이라는 단어와 연결 짓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노래 덕분에 가족과 더 즐거울 수 있었죠. 마찬가지로 아름답고 감동적인 음악과 함께 성장한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행복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믿어요. 아이에게 들려주는 음악이 아이의 행복을 찾아가는 한 여정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