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끝을 알 수 없어서 더 공평한 세상살이

오디오전도사 2010. 3. 24. 13:00

 

 

미국의 대중음악 그룹, The Doors의 1967년 데뷔앨범이다. Jim Morrison(lead vocals), Robby Krieger(guitar, vocals),  Ray Manzarek(keyboards, keyboard bass, vocals), John Densmore(drums, percussion)의 명연이 펼쳐진다. 특히 마지막 곡 ‘The End’는 끝이면서도 새로운 시작을 재촉하는 희망의 메시지다.


갑자기 세상의 끝이 궁금했다.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대신 길을 걸었다.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걷기 시작한 길을 두 시간이 넘도록 걸었다.
끝인가 싶었더니 다시 이어지기를 수차례 반복하는 구불구불한 길이었다.
탄탄대로가 아닌 길이어서 지루함이 없이 걷기는 하였으나 다리가 아파서 더는 걸을 수가 없어서 한 지점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중도에 멈추기는 했으나 체험을 통해 확인한 것은 하나 있었다.
마치 꿈속에서처럼 되뇌었다.
“세상사 끝을 알 수는 없구나. 그것을 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불공평한 것이겠구나.”
“세상은 공평하다.”
“누구도 알 수 없어서 공평한 인생이다. 이것이 바로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다.”

며칠 후, 중도에서 멈춘 발걸음이 아쉬워 음악으로라도 끝을 알아보고 싶었다. 그것이 꼭 세상의 끝이 아니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비틀즈의 마지막 곡으로 알려진 ‘The End’가 처음 손길을 내밀었다. 이 곡은 1969년 8월에 완성된 것으로 비틀즈의 멤버 4명이 모두 모여 녹음한 마지막 곡 중 한 곡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라면 명반 「Abbey Road」의 마지막 트랙으로 실릴 예정이었던 곡인데 쉽게 그렇게 결정되지 못했던 모양이다. 여러 우여곡절을 거친 후 현재처럼 마지막 곡 ‘The End’의 뒤에 23초짜리 ‘Her Majesty’라는 히든 트랙이 삽입되게 된 것이란다. 모든 것의 끝을 알기란 이처럼 힘든가 보다.

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링고 스타의 드럼 솔로가 들어 있어서 즐겨 듣게 된 ‘The End’는 원래 앨범 제작 당시 스튜디오 녹음에선 베이스 및 일렉트릭 기타와의 협연 부분이었는데 링고 스타 드럼의 솔로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다른 악기의 음향을 지운 형태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알 수 없는 끝을 또 맛보게 된 경우다.

이 곡에는 철학적 의미를 담은 감동적인 가사도 있다.

“And in the end,
the love you take is
equal to the love you make.”

“그리고 결국에는,
그대가 받게 되는 사랑은
그대가 베푼 사랑과 같지요.”

끝을 알 수 없는 또 다른 문이 열리고 음악 탐험은 계속되었다.
그룹 The Doors의 ‘The End'다. 이 곡은 영화 ‘지옥의 묵시록(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베트남전을 다룬 걸작)’에 삽입된 곡이기도 하다.

가사는 음미할만한 수준을 넘어 뼛속 깊숙이 각인되고도 남을 만큼 따끔하다. 그래서 때로는 회초리를 내려치듯 이 곡을 듣는다.  

“This is the end
이제는 끝이라네.
Beautiful friend
아름다운 나의 친구여
This is the end
이제는 정말 끝이라네.
My only friend,
세상에 유일한 내 친구여.
The end of our elaborate plans,
공들여 세운 우리 계획의 끝,
The end of everything that stands, the end
지지하던 모든 것의 끝, 그런 끝이라네.
No safety or surprise, the end
안심할 것도 당혹해할 것도 없는, 그런 끝
I'll never look into your eyes, again
결코 다시는 너와 눈 마주칠 일이 없겠지.”

이런 비장한 각오로 새해 벽두부터 몰입했던 일이 하나 끝났다.
그런데 오래전의 그 봄이 진정한 봄이 아니었듯, 끝이 아니었다.
첩첩산중이다.

불빛도 없고 지도조차 없는 산길을 가야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노래가 있어서 좋다. 미국의 대중음악 그룹, The Doors의 1967년 데뷔앨범의 마지막 곡인 'The End'는 끝을 지향하지만, 시작을 재촉하는 단비다. 짐 모리슨(보컬), 로비 크리거(기타), 레이 만자렉(키보드), 존 덴스모어(드럼)는 인생이 험난할수록 더욱 든든한 동반자가 돼준다.

정 현 빈
http://billboard-recor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