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야기

제조업은 영원하다

오디오전도사 2006. 8. 24. 15:54

제조업은 영원하다
(1991년, 압연제어정비과장 김영남)

 

한국인들은 지금 불이 꺼져가고 있는데도 파티를 즐기고 있다.
'Made in Korea'는 세계 주요 시장에서 가격과 기술경쟁력을 잃어 버려 죽을 쑤고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빚잔치를 계속하고 있다. 올들어 7월까지 국제수지적자는 70억 달러, 8월까지의 무역적자는 96억 달러, 우리의 실력이나 분수로 보아 파티비용이 너무 크다. 우리보다 앞서가는 경쟁국 일본은 400억 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를 주체하지 못해 정부가 기업인들에게 '제발 수입좀 늘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 요즘 세계의 장사꾼들은  코리언을 봉으로 여기고 있다. 외제를 너무 좋아해 가전제품이나 옷같은 철지난 제고품마져 깨끗이 쓸어가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내 모 일간지 '91년 8월30일자 '우리도 다시 뛰자'는 제하의 특집에 실린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우리회사 제품야드를 보아도 재고가 점점 쌓여가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경제가 지금 형편없이 나빠져 가고 있는 징표이다.

얼마전 '제조업은 영원하다'는 책을 읽었는데 저자는 '제조업 이탈'현상이 지닌 심각성을 일본이나 미국을 대상으로 쓴 것이지만 상대적으로한국이 더 심각하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었고 마치 현재의 한국을 대상으로 쓰지 않았나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한국 제조업의 취약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으로 본다.
공무원들의 냉전시대와 권위주의 시대에 쳐 놓았던 수많은 행정규제의 거미줄 속에서 기업들은 '규제의 미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정부가 도로 항만 전력 등 사회 기간시설을 게을리 하고 국민을 들뜨게 만든 빚잔치를 계속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도로와  항구에서는 한시간에 2억3천만원, 연간으로 치면 2조원이라는 거액의 돈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있고 전력이 모자라 제조업이 집단휴가를 가는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
도로 항만 발전소 같은 사회기간시설은 최소한 5~10년 앞을 내다보고 돈을 써야 하는데 관리들은 '오늘'만을 생각하고 안일한 자세로 힐일을 안했기 때문에 산업의 동맥이 정체현상을 빚고 있는 것이다.

오늘에 닥친 한국경제의 위기는 임금과 노동생산성의 관계가 거꾸로 가는 근로윤리의 타락과 함께 기업주들의 한탕주의와 투기에도 그 원인이 있다.

미국은 변호사가 많고 일본은 기술개발 연구원이 많고 한국은 부동산 중개업자가 많다는 지적이고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에서 국민의 외제선호풍조에 동조하여 자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외제를 대량으로 수입하여 한탕주의의 '제살 깍아먹기'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 세계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경쟁력이 판판이 밀리고 '얼굴없는' OEM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된 것은 기업인들이 '기술개발투자'라는 자기 할 일을 않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허세를 부리는 국민의 '과소비' 1000만원을 과소비하는 한사람보다 1억원을 아무 생각없이 낭비하는 대다수의 국민에게 더욱 문제가 심각한 어떻게 보면 하찮은 과소비에도 더 큰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밖에도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구차하여 여기서 줄이기로 하겠다.

그러나 이 책에서도 지적했듯이 한국에서 제조업이 취약해 진다면 다시말해 지금의 추세와 같은 서비스업이 번창일로를 걷는다면 서비스업이나 하이테크산업이, 물건을 만드는 극히 기본적인 다이내믹한 제조업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통찰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경제도 21세기엔 후진국으로 다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갖가지 병리현상, 제조업이탈 서비스업지향, 지역간의 불균형, 관청권한의 집중화, 국제관계 마찰 등을 바로 잡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가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1960년대 기술왕국으로 군림하고 있던 미국이 오늘날 왜 세계 최대의 무역적자국으로 전락해 버렸는지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농업사회에서 공업화사회로 이행되고, 서비스업 또는 정보산업이 기반이 되어 탈공업화사회가 온다는 제3의 물결을 주창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으나 탈공업화로 제조업공동화와 기술정체(낙후)로 다시 농업국으로 전락하는 듯한 인상을 우리에게 주고 있지 않는가.

왜 그들이 '탈공업화사회의 환상', 서비스업이나 정보산업이 제조업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과 제조업을 잃는다는 것은 질높은 서비스업이나 정보산업의 고임금의 고용마져 잃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공업화에 이어지지 않는 기초연구도 누군가가 해야 된다. 그러나 그 기초연구를 누군가가 산업으로 연결시키는 공학적인 연구, 집단주의적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제조업의 생존은 냉엄한 것이다.
그렇다고 제조업을 기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 전체에 걸친 철저한 품질관리, 코스트를 낮추기 위한 노력, 끊임없는 개선활동, 기술개발과 기술혁신을 통하여 얼굴있는 고품질 저가격의 일류상품을 세계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제조업으로 생존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조직의 혁신, 시장의 혁신, 제품의 혁신, 생산의 혁신, 자원의 혁신과 같은 기업 모든 분야의 INNOVATION을 추구해야 한다. 매우 아이러니한 얘기지만 '본업을 떠나지 말라. 그러나 본업을 계속하지 말라'에도 공감이 간다. 장치산업인 철강업은 기계, 화학, 전기공학, 열역학, 계측공학, 제어공학, 정보공학, 토목공학, 건축공학, 환경공학 등 모든 분야의 기술 집합체이다. 따라서 모체인 철강을 중심으로한 주변기술의 사회환원이라는 측면에서 경영다각화를 착실히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어 가면서 다행스럽게 생각했던 것은 미국이나 소련의 경제정책에 대한 문제점이나 제조업이 살아남기 위한 조건 등은 우리회사에서는 오래 전부터 최고경영자의 미래지향적 경영철학에 의하여 주창되어 왔고 실천에 옮겨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최고경영층의 리더십이 뛰어나고 경영철학이 우수하다 하더라도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기간산업체로서의 제조업을 지속적으로 국제경쟁력을 유지해 가면서 발전계승시키기 위해서는 임직원이 최고경영층과 혼연일체가 되어 최고경영층보다 몇배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9월3일자 조선일보에 게제된 스미토모금속의 시모즈마 이사의 '한국철강(포항제철)은 우리가 가장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지요. 그러나 신일철의 키미츠공장과 스미토모의 카시마공장은 절대로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건 확신합니다.'라는 포철이 '좁은 우물속'의 자기만족에 도취되어 있다는 듯한 발언이 망언임을 입증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창업정신으로 재무장하여 반드시 그들이 자신하고 있는 신일철의 키미츠건 스미토모의 카시마건 모두 따라 잡아야 한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 모두 창업정신으로 재무장하여 포항제철 특유의 기업정신을 발휘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