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Jazz! 그 묘한 감동

오디오전도사 2006. 8. 24. 23:13

Jazz! 그 묘한 감동
('03.10.28. 순천 빌보드레코드, 정현빈)


양쪽 어깨를 잘 살펴보고 싶었다. 혹시 날개가 없어져 천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지구에 남게된 천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두 시간이나 진행된 연주는 자리가 없어서 중앙계단에 손수건을 깔고 지켜 본 필자가 느끼기에도 불과 이삼십 분 정도로 짧게 느껴졌다.

세계적인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의 Quartet과 함께 한 재즈보컬리스트 ‘나윤선’의 ‘Feel That Jazz’ 공연이 지난주 토요일 밤에 있었다. 평소 CD를 통해서만 그녀의 보컬을 접해오다가 라이브 현장에서 직접 듣게되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갖게 되었고 그야말로 환상적인 가을밤을 보내게 되었다.

다소 쌀쌀한 날씨 탓에 더러는 포옹하듯 바싹 달라붙어 있었고 또 더러는 팔짱을 꼭 끼고 저마다의 밀어를 토해내고 있었다. 후미 쪽에서 더 가까운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막상 계단이나 바닥에 앉아 두 시간을 보낼 것을 생각하니 앞이 깜깜했다. 그러나 그 걱정은 이내 사라졌다.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갔다.

우리 고장에서 가까운 전남 함평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하모니카를 잘 연주했고 트럼펫으로 시작하여 색소폰의 세계적인 연주자가 된 ‘이정식’, 그의 연주는 ‘한국의 존 콜트레인’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신기에 가까운 솜씨였고 밴드에서 딸과 함께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없이 부러웠다.

‘이발차’라는 이름으로 봐서는 드러머가 더 어울렸을 것 같았다. 아버지의 색소폰과 다정한 대화라도 나누듯 미동도 없이 차분히 피아노 건반을 치던 그녀의 모습이 코스모스 같은 영상으로 떠오른다. ‘이정식’의 자작 곡이라고 하는 ‘리조이스(Rejoice)’는 풍성한 삶의 결실과 화려한 색소폰의 참 맛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인 더없이 좋은 곡 같았다.

특별히 이날 공연에는 재즈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가수 ‘유열’씨도 게스트로 출연하였는데, 음반을 통해서만 접했던 그에 대한 이미지가 확 바뀐 계기가 되었다. 유명한 바리톤 보컬 ‘자니 하트만’의 목소리로 자주 들었던 ‘My one & only love’를 그가 완벽하게 재현해냈고 거기다 구수한 된장국도 곁들여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유럽 전역을 매료시킨 스캣의 여왕 ‘나윤선’의 보컬이었다. 놀라운 가창력과 미성으로 스캣을 구사하는 재즈보컬의 여왕으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프랑스에서 재즈 데뷔앨범을 발표했던 그녀가 왜 그토록 찬사를 받았는지를 확연히 보여준 공연이었다.

오리와 거위 등 동물의 소리를 재미있게 노래하는 ‘O Pato’가 그랬고 재즈명곡 ‘My Funny Valentine’은 왜 그녀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탑 클래스의 재즈보컬리스트로 인정받고 있는 지를 여실히 증명해 주었으며 그 가공할 마력을 필설로 다하지 못하는 것과 다리에 힘이 빠져 기립박수를 치지 못했던 것이 지금도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