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야기

한강의 기적을 만든 '철의 사나이'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오디오전도사 2010. 1. 23. 10:36

한강의 기적을 만든 '철의 사나이'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매일경제 2008.7.28.
)

한국기업들을 중국에 다 뺏길 수 있다
한강의 기적을 만든 `철의 사나이`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매일경제는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지난 23일 서울 파이낸스센터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를 감안해 당초에는 30분 정도만 하기로 했던 인터뷰 시간이 두 시간 넘게 이어졌지만 박 명예회장은 단 한 번도 자리에서 일어서거나 쉬자는 소리를 하지 않을 정도로 타고난 건강을 과시했다.

그의 사무실 한쪽 벽은 온통 인도와 중국, 베트남 지도로 가득했다. 박 명예회장은 최근 중국 상하이에 갔다가 느낀 소감을 꺼내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가끔 중국에 가는데 대단히 걱정스럽다. 웬만하면 다 (중국에) 뺏길 것이란 생각이 든다. 대중국 전략을 어떻게 하느냐가 아주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명예회장은 "방대한 경제가 바로 옆에서 저렇게 뛰고 있는데 우리에겐 얼마나 좋은 기회냐"며 "중국을 잘 파악하고 활용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 굉장히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저러다 훌쩍 달아나 버리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명예회장은 "인도도 정신을 차렸다. 중남미는 성장하다가 주춤하더니 고꾸라졌고. 이제 한국이 어떤 상황인지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선진화를 서둘러야 한다. 우리가 발전해서 스스로 역량을 가지지 못하면 주변의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강국들이 마음대로 해버릴 수 있다. 한반도 전체가 지금보다 더 불행해질 수 있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박 명예회장은 모든 것에서 일류가 돼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래야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고 주변 강국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77년 포항제철소에서 공사가 80% 진행됐던 발전송풍설비 콘크리트 구조물을 완전히 폭파시킨 적이 있다"며 "연산 550만t 체제로 접어들면서 생겨난 자신감이 정신적 해이로 이어져 부실공사가 발견됐다"고 회고했다.

박 명예회장은 "난 당시 책임자들을 다 불러모아 폭파식을 거행했다. 포스코 사전에 부실공사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뭐든지 절대 일류가 돼야 한다는 게 내 인생 살아가는 데 정신적인 요소였다"고 말했다. 박 명예회장은 한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도 따끔한 소리를 했다.

그는 "CEO는 시간만 나면 외국에 직접 나가서 보고 느껴야 한다. 지휘자는 책임이 크다. 가만히 앉아서 보고나 받고 밥만 먹는 건 쉽다. 부지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래야 5~6년 앞을 내다보면서 세계 판도에 대한 스스로의 복안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 송성훈 기자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에게 듣는다
지난 10년간 경제ㆍ장사 얘기 너무 없었어요


◆건국 60년 특별대담◆

대담=박재현 부국장 겸 산업부장

 

 

 

 

박태준 명예회장은 인터뷰 내내 양복 윗도리 단추를 풀지 않을 정도로 꼿꼿했다. 최근 스위스에서 받은 건강검진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서인지 더욱 건강해보였다.

경제개발 초기 경험을 회상할 때는 간간이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고, 정확한 수치까지 내놓을 정도로 기억력도 좋았다.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사무실 벽에 커다랗게 붙어 있는 인도와 중국 베트남 지도는 요즘 그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말하는 듯했다. 박재현 산업부장이 지난 23일 파이낸셜빌딩 집무실에서 박 명예회장과 2시간10분에 걸쳐 대담을 했다.

-건강해 보입니다.

▶보시다시피 좋습니다. 최근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아직은 괜찮다고 하더군요. 검사받고 일주일 정도 누워 있었는데 나올 때 기분이 참 좋았어요. 그동안은 건강에 자신이 있었는데 그래도 80을 넘기니까 나이 먹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1000만t짜리 제철소를 2개 만들어도 건강이 괜찮았는데 말입니다(웃음).

-건국 60주년이 다가오는데 한국이 그래도 참 압축성장을 잘한 것 같습니다.

▶2차대전 이후 근대화된 나라 중에서 우리나라가 첫 번째 아닌가요. 대만도 있지만 어차피 대중국 경제의 일원이고, 중남미는 잘나가다가 고꾸라졌고. 계속 성장하는 곳이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봐도 우리나라가 아마 첫 번째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성장하다가 주춤하는 나라들도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어떤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합니까.

▶호텔에 들어갈 때부터 뭔가 선진국에 왔다는 느낌이 들어요. 호텔 매니지먼트가 국가 매니지먼트를 대표한다고 생각해요. 뭔가 불편한 호텔이 있는가 하면 편안한 호텔도 있듯이. 선진국은 호텔에서부터 역시 질서가 있고, 생산성도 있고. 지난달 파리에 열흘 정도 있었는데, 뭘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상황을 처리하는 데 모든 조건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마음이 편했어요. 편한 나라가 잘사는 나라, 선진국이 아닌가 싶어요.

-시스템이라는 게 어떤 걸 말하는 건지요.

▶1961년인가 5ㆍ16혁명이 끝나고 난 뒤에 12월쯤 유럽에 갔어요. 그때 파리에서 머문 호텔이 있는데 중간에 몇 번 리모델링도 하고 바뀌긴 했지만 지금도 있어요. 내가 처음 가본 이후 벌써 50년이 다 돼 가는데 지금도 내 기록이 남아 있다는 겁니다. 매니지먼트가 바뀌어도 자기들 기록이 있으니까 지금도 나를 반기더라고요. 동양인 중에 내가 가장 오랜 고객이라고 하면서. 그런 게 시스템 아니겠어요.

 

 

 

-세계 경제 변화가 참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를 알려면 유럽 경제를 알아야 해요. 어떻게 변하고 발전하고 있는지, 어느 나라가 선도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죠. 미국이 절대적이라는 것은 안 가봐도 다 아는 것이지요. 결국은 미국과 유럽 일본이 아니겠어요. (사무실 벽에 있는 인도와 중국 베트남 지도를 가리키면서)요즘은 중국이 상당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인도도 정신차렸고요. 최근에 몇 차례 갔는데, 인도가 이전에는 뉴델리를 중심으로 북에서 남으로 경제가 발전하는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IT를 중심으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더군요. 흥미로웠어요.

-중국은 어떻게 보십니까.

▶웬만하면 다 (중국에)뺏길 것이라고 생각이 드니. 대중국 전략을 어떻게 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순간이 됐어요. 우리나라 굉장히 어려운 시기입니다. (중국으로)쑥쑥 빠져나가고 있어요. 대우조선을 포스코가 관리해야 한다는 것도 중국 때문이지요. 포스코가 하면 절대 안 빼앗깁니다. 재정적으로 자금도 충분하고요. 요즘 재무구조도 엉망이고 적자상태인 기업들이 돈을 빌려서 너도나도 달려들고 있던데…. (매각을)하루라도 빨리 해야 합니다. 왜 질질 끄는지 모르겠더군요.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관계가 요즘 복잡합니다.

▶우리나라가 선진화를 빨리 해야 해요. 능력이 없으면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마음대로 해버릴 수 있거든요. 자칫하면 한반도 전체가 지금보다 더 불행해질 수 있어요. 우리가 발전해서 우리가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중국과 러시아 미국이 인정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우리가 주도하는 것에도 동의해줄 것이고. 지금 젊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독도 문제로 한ㆍ일 관계가 얼어붙었습니다. 대일 창구가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요.

▶내가 보기에도 답답합니다.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난 지금도 일본 측 사람들을 가끔 만납니다. 이제는 다들 80이 넘었죠. 나한테서 일본 관계를 배운 사람들도 많은데 일본문제 잘 해결해야 해요. 일본을 구석구석까지 알아야 대화가 됩니다. 예전에 굉장히 나를 싫어하는 일본인이 있었는데 내가 계속 접촉하니까 결국 고꾸라지더군요. 내가 진심으로 대하면 되는 겁니다.

-한ㆍ중ㆍ일 경제협력도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단독으로 하기 어렵습니다. 경제구조 자체가 해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이죠. 중국 일본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특히 중국과 협력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기업들이 중국과 협력을 위해 뛰어다닐 때예요. 기업들이 물건 안 팔린다고 하지만 중국은 한 건만 해도 크지 않나요. 중국은 홍콩 광둥성만 해도 옛날부터 큰 시장입니다. 중국 전체가 큰 시장이죠. 가만히 앉아서 걱정하면 뭐합니까. 마케팅부터 뛰고, 최고경영자 자신들부터 뛰어야 해요. 우리나라 기업들이 생산은 잘하지만 비용 손실이 많아요. 생산성을 보다 높이고 기술과 자본이 그것을 제대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중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저렇게 뛰는데 우리에겐 얼마나 좋은 기회입니까. 한국은 중국과 가장 가깝고, 중국은 가장 잠재력이 있으니. 중국이 저렇게 뛰어다닐 때 기회도 많이 생기는 것이지요. 그런 움직임에 편승하지 못하는 것 같아 굉장히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중국이 날아 버리면 다시는 그런 기회 안 올 텐데.

-한반도에 다른 변수는 어떤 게 있을까요.

▶북한을 제대로 봐야 해요. 북한을 보면 김정일이 과연 혼자서 통치를 하고 있는 것인지, 군부하고 같이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더군요. 중국이나 러시아와는 과연 어느 정도나 친한지도 면밀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세계 철강시장도 변화가 많습니다. 어떻게 보나요

▶부문적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은 한도 끝도 없이 해야 합니다. 그러나 전체적 경영전략으로 들어가면 세계 철강시장을 면밀하게 볼 필요가 있어요. 철 수요를 먼저 보면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에서 과연 지금 같은 소비가 지속될지, 아프리카나 동남아 수요는 어떻게 변하는지 잘 판단해야 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2000만t에서 유지하면서 품질과 기술을 더욱 관리해야 할지, 아니면 1000만t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인지 세계 철강 판도를 잘 봐야 해요.

 

 

 


-요즘 자원개발을 위해 전 세계가 뛰고 있습니다.

▶내가 포스코에서 나올 때 후배들에게 주원료가 철광석과 유연탄인데, 자기 광산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그런 방향으로 생각해보라고 했죠. 그러나 그게 참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장래를 봐서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꼭 있을 거라고 봐요. 러시아와 친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시베리아를 잘 봐야 해요. 사할린에도 유연탄이 많고, 바이칼호 근처에도 자원이 많아요.

-새 정부가 요즘 힘든 상황입니다.

▶지난 10년간 장사나 경제 얘기가 너무 없었어요. 이명박 정부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기대하는데, 짧은 시간 내에 하기도 사실 어렵죠. 국민의 기대는 큰데 효과가 단기간에 그다지 없으니까 실망도 하고 그러는 것 같아요. 정상적으로 하는 것은 정상적으로 하면서 뭔가 특수한 케이스를 만들어서, 예를 들어 중국과 확 협력해서 큰 것을 하나 만들어 보는 것도 필요해요. 그게 TV나 신문에 나오면 국민이 아! 뭔가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할 것이고. 그런 인식을 국민에게 줄 필요가 있어요. 잘 이끌기를 기대합니다.

-평소에 이공계 인재 양성을 많이 강조하셨는데 계기가 있나요.

▶처음에 제철소를 만들 때 그 분야에서 열심히 공부해 기술적으로 뛰어난 사람을 찾으려니까 정말 없었어요. 나라가 발전하려면 사람, 특히 우수한 이공계 인재를 많이 양성해야 해요.

-포항제철소가 돈을 벌어서 처음 투자한 것이 교육 분야라고 하던데요.

▶포항제철소가 번 돈으로 재투자하고 시설을 늘리고 해도 돈이 남았어요. 그래도 남은 돈을 교육기관에 투자한 것입니다. 원래 교육기관은 기업들이 만들어줘야 해요. 정부가 교육기관 전부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미국을 봐요. MIT, 하버드 같은 곳이 전부 사립학교잖아요. 미국 기업들은 성공하면 교육시설을 만듭니다. 좋은 학교는 다 사립이에요.

[송성훈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박태준 "삼성이 제철소 건설 지원을

이병철 "밀가루ㆍ설탕만 만들어봐서…"


◆건국 60년 특별대담◆

박태준 명예회장은 1960년대 후반 포항제철소 건설에 앞서 재계 선배들을 찾아가 도움을 구했다고 한다. 당시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과 일화도 소개했다.

▶이병철=내가 해온 것은 밀가루나 설탕 같은 소비재입니다. 그런 것만 해왔고 빚을 져도 얼마든지 되는 분야예요. 하지만 박 사장이 말하고 있는 제철소 건설은 내가 잘 모르는 분야입니다.

▶박태준=제철소가 있어야 합니다. 도로도 짓고 하려면 철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도와주십시요.

▶이병철=물론 필요하지요. 그런 걸 과거 일본인들에게 뺏겼던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우리는 그런 기회를 가져본 적도 없고, 황해도 겸미포 전기로(1918년 일본의 미쓰비시가 송림에 건설) 이거 말고는 없지 않습니까. 이제부터 하려고 하면 전통적 방식(고로 방식)으로 진짜 제대로 해야 하는데 우리를 믿고 그 막대한 돈을 빌려줄 데가 있을까 싶습니다.

▶박태준=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비전을 해결하려면 철 문제부터 반드시 해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병철=박 사장, 그건 당신 말이 옳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중간 소재를 수입해서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태준=회장님은 일찍이 기업을 성공시켰고, 솔직히 제가 볼 때는 끝없이 성장할 것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삼성 하나로 되겠습니까. 물론 중공업이 당장 이익은 안 납니다. 그러나 이익이 없어도 누군가 소재를 만들어줘야 고속도로도 만들고 전기를 만들 댐도 건설할 것 아닙니까.

▶이병철=내 기업이라 생각해 검토해 본 적은 없습니다. 내가 설탕이나 밀가루만 만들어 본 상태에서 그런 걸 검토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요.

이병철 회장과 당시 박태준 사장은 이런 고민을 나눴다고 한다. 박 회장은 "당시 한국 기업의 대선배들이 다 비슷한 고민을 했지만 뾰족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시멘트 공장 20~30개 만들 수 있는 비용이 필요하니까 다들 손을 들어버렸던 거지요. 정말 골치 아팠습니다"고 회상했다.

 이 글은 필자가 포항제철의 박태준 회장님에 매료되어 젊음을 다바쳐 포항제철과 국가 사회를 위해 일했었는데 건국60년 특별대담으로 포스코 박태준 명예회장님과의 인터뷰 기사가 매일경제신문 2008년 7월28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분의 은덕과 국가관을 잊지 않고 있으며 많은 분들이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져온 그 분의 국가관을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취지에서 이 홈페이지에 게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