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음악으로 표현하는 나

오디오전도사 2010. 2. 21. 21:51

음악으로 표현하는 나
('04.10.26. 정현빈)

“사실 나는 그런 거 잘 몰라. 우리 애가 그냥 해 준 것이여.”
한 선배의 핸드폰 음악 소리가 연세에 비해 너무 젊어 보인다 싶어 “이런 음악을 좋아하세요?”라고 물었더니, “왜! 나는 이런 음악 좋아하면 안돼?” 하면서 고백하듯이 한 대답이다.

그 핸드폰 음악은 요새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외국의 유명가수가 부르는 ‘랩 송’이었다. 그 분의 입장에서 보면, 노래가 너무 빨라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조차 없어서 가사를 음미하면서 듣는다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노래였다. 그렇지만 애들이 해준 것을 어찌할 수도 없고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아빠에게 전화할 때 자신들이 듣고싶은 음악이 나오니 좋고 해서 그냥 그대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랩송은 현실에 대한 불만이나 요구사항을 일정한 선율에 맞춰 그냥 읊어대는 풍의 노래들이 주류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이들의 견해는 당당한 자기주장 또는 그 대변자로서의 소중한 역할을 해주고 있는 노래라고 인식하고 있어서 상당한 세대차이를 느낄 수 있는 영역인 것 같다.

최근 들어 부쩍 그 위세가 등등해지고 있는 ‘아바타 뮤직(Avatar Music)’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개인 홈페이지에 접속하거나 누군가에게 휴대전화를 걸었을 때만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나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도구로서의 음악이다.

원래 ‘아바타’는 산스크리트어 ‘아바타라(Avataara, 지상에 강림한 신의 화신)’에서 유래한 말로 가상사회에서 자신의 분신을 의미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아바타 뮤직은 지난해에 미국에서 처음 나왔으나, 개인 홈페이지가 유행하고 ‘모바일’ 음악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 급속도로 번창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발전 속도가 가히 혁명적이어서 온라인과 ‘모바일’ 음악시장의 번창에 힘입어 ‘아바타 뮤직’ 시장의 매출액은 드디어 올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음반시장을 각각 웃돌고 있다고 한다.

이제 이미지에 죽고 사는 현상은 젊은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서서히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 같다. 특별히 음악계에 그 위협이 가중되고 있어, 음악을 포장재가 아닌 내면의 영혼과의 교감 차원으로 인식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당혹스러움과 함께 위기의식을 느낀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위기감이 밀려올 때마다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음악이 항상 곁에 있다는 것이다. 어느 선배의 소망처럼, ‘부모와 자식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꿈이 아닌 현실로 바꾸어 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

그 실천의 일환으로, 먼지가 내려앉아 백발이 되어있는 LP음반으로 손이 간다. 모든 것을 포용할 것 같은 부드러움과 차분함을 간직한 음유시인이자 저항가수로 칭송되는 캐나다 출신 가수, 레오나드 코헨(Leonard Cohen)의 명곡 ‘Bird on The Wire’가 플레이어에 걸린다. 갈라진 틈은 어디에나 있다.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희망의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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