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공자가 들려주는 음악

오디오전도사 2010. 2. 21. 21:58

공자(孔子)가 들려주는 음악
('05. 1.12. 정현빈)

가끔 박수소리가 들리는, 그래서 곡이 끝나고 다시 시작되는지를 알 수 있는, 은은하게 음악이 흐르는 거실. 수 차례 반복해서 한 음반을 듣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지만 시력이 좋은 어느 가수도 전해주지 못하는 감동을 가슴 깊이 전해주는, 안드레아 보첼리의 이태리 투스카니 라이브 실황을 담은 DVD「A Night In Tuscany」다.

새해를 맞은 지 며칠만에 좀처럼 얻기 어려운 황금 같은 오후 시간을 비워두었다가 이 음반을 듣는다. 물론 보면서 들을 수 있는 DVD음반이지만, 이 감동의 주인공이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가수이기에 돌아앉아 귀만 열어놓았다. 이것이 최소한의 예라고 생각했다. 전에도 몇 차례 이 음반을 들었는데 왠지 그의 눈을 보면 귀가 멍해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뒤돌아 앉은 상태로 보첼리의 노래가 배경음악이 되어 머나먼 미지의 세계로 상상여행을 떠난다. ‘구(丘)’라는 이름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나중에 성인으로 칭송되어 공자(孔子)로 불리게 된 분을 향한, 어쩌면 참 엉뚱한 여행인지도 모르겠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연초에 본 심야영화, ‘알렉산더(Alexander)’의 영향이랄 수도 있다. 약관의 나이에 왕위에 올라 겨우 13년만에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3개의 대륙을 정복하고 최초로 동, 서양의 융합을 이룬,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과는 정 반대의 생을 살아온, 그래서 33세에 돌연사로 세상을 떠났던 그와는 대조적으로 자신이 숨을 거두기까지 무려 72명이나 되는 임금들을 만나 인(仁)을 설파하다 결국 73세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긴 호흡을 멈춘 위대한 성인, 공자를 찾아내 다시 생명을 불어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해가 지기 전까지 그 음반의 재생은 반복되었다.
“시를 읽음으로써 바른 마음이 일어나고, 예의를 지킴으로써 몸을 세우며, 음악을 들음으로써 인격을 완성하게 된다.”
공자가 남긴 것으로 전해지는 이 말 때문에라도 인격완성의 그 날까지 음악을 계속 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가 그랬듯이 호흡이 멎는 순간까지도 인격완성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을 성인(聖人)이라 칭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였던 그도 죽은 100년 뒤 맹자(孟子)에 의해 명료하게 성인이 되었고 그 칭송은 지금까지도 계속 되고 있다.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법령으로써 인도하고 형벌로써 다스린다면, 백성은 법망을 뚫고 형벌을 피하는 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덕으로써 인도하고 예로써 다스린다면, 백성은 수치를 알아 바른 길로 나아갈 것이다.)”

논어 위정편(爲政篇)의 이 구절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데 “Con Te Partiro(영어버젼 Time to say goodbye)”가 흐르고 있다. 제발 새해에는 그 무슨 ‘법’들을 박물관에 보내고 기필코 사수하는 무의미한 싸움 때문에 민생이 파탄지경에 이르는 한심한 상황이 재현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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