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편두통에 좋은 음악

오디오전도사 2010. 2. 21. 22:03

편두통에 좋은 음악
('05. 3.16. 정현빈)

긴 겨울 동안 잔뜩 웅크리고 있었던 탓에 봄의 향기가 기지개를 켜자 기다렸다는 듯이 환절기 증상이 나타난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김없이 황사 같은 불청객인 편두통이 찾아든다. 마치 감기 초기 증상처럼 머리가 지끈거린다. 봄이 오는 소리에 버선발로 뛰어 나갔는데 다시 종종걸음으로 되돌아 들어온다. 매 환절기마다 각양각색의 통과의례를 치르는 것 같다.

이렇게 또 시끌벅적 와장창 쿵쾅 봄이 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들에는 아지랑이 겨드랑이 사이로 냉이들이 솟구칠 것이다. 봄이 무르익어 4월이 오면 잔인한 계절이라는 푸념들을 늘어놓지만 그 첫날에 어김없이 Deep Purple의 ‘April’을 듣게 될 것이다.

원래 편두통은 한 쪽 머리에 반복적으로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눈을 찌푸리게 되는데 이에 따라 안구가 빨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같은 증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마음을 안정시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어떤 이들은 충분한 휴식을 주문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서 낮잠을 권하기도 한다. 규칙적인 운동도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경쟁적인 게임운동이나 너무 많이 자는 것은 오히려 해로운 것 같다. 봄에는 온갖 종류의 꽃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는 계절이므로 꽃구경이라도 하면서 상쾌하게 걷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

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 상 자리를 뜰 수 없는 경우라면 음악감상이 최적일 것 같다. 도저히 견디기 힘든 편두통이라면 두통약과 함께 잠시 잠을 청하는 도리밖에 없지만 견딜만한 경우라면 우선 커피 한 잔을 들고 앰프를 켜자.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두통 약의 효과를 증진시키는 작용이 있어서 실제로 두통치료약에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자판기 커피여도 좋을 것 같다.

브람스나 베토벤보다는 쇼팽이나 모차르트가 더 좋을 것 같다. 파바로티나 카레라스 또는 도밍고의 가슴 뭉클한 오페라 아리아 한 토막도 충분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오현명의 명태도 좋을 듯 하나 필연적으로 소주 한잔이 생각이 나서 더 극심한 두통을 초래할지 모르니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곡인 것 같다.

레드제플린이나 레너드 스키나드는 메탈리카나 건스 앤 로지스의 그것보다는 과하지는 않지만 괜히 그 좋은 그룹들의 전체가 부정될 염려가 있어 손실이 크므로 편두통이 있을 때는 잠시 멀리하는 편이 좋을 듯 하다. Rock에 대한 갈증이 심하여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면 대안 처방이 있다. 엘리스쿠퍼의 ‘Steven’이나 유라이어 힙의 ‘July Morning’을 들어라. 그래도 편두통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최후의 일전을 치르는 수밖에 없다.

이생진의 시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이성일의 낭송으로 듣게 된다면 점입가경(漸入佳境, Approaching The Climax)의 희열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아마 음악이 끝나기도 전에 성산포의 파도처럼 퍽퍽 넘어지며 울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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