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내면으로의 휴가

오디오전도사 2010. 2. 21. 22:08

내면으로의 휴가
('05. 7.20. 정현빈)

날개가 젖을까봐 조심스럽게 날거나 아예 바깥출입을 못하는 새들이 늘어나 하늘은 텅 비어가고 나뭇가지만 힘들어하는 장마철이다.

잔뜩 웅크리고 앉아 비실비실 졸고 있는 새들의 보금자리 하랴 비에 젖어 축 늘어진 이파리들 붙들고 있으랴 이래저래 나무들이 힘에 겨워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다. 시기적으로 휴가철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자연스럽게 뒷걸음질치는 휴가계획들이 한 곳으로 몰리고 있는 것 같아 사람들의 발걸음도 터덕거린다.

그런데 휴가라는 것이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과정만큼 그 결과가 흡족한 것이 아닌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가 후유증을 겪는 걸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더러는 이제 두 번 다시 휴가는 가지 않는다고 투덜대기도 한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좋은 대안이 있다. 후유증도 없고 골치 아픈 일도 없는 재충전의 소중한 기회도 제공받을 수 있는 아주 획기적인 대책이 장맛비의 짓궂은 장난에도 희망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Bread, Love And Dreams라는 그룹의 음악여행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상야릇한 제목의 이 그룹이 1969년에 같은 제목의 앨범을 발표하며 Art Rock 계에, 가슴 설레는 여름휴가처럼 데뷔한다. 데뷔 초, 이 그룹은 어쿠스틱 기타에 피아노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멋진 포크 음악을 들려주었다.

이후 이들은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일상생활을 심오하게 관찰하면서 새로운 사실 하나를 깨닫게 된다. 어쩌면 너무나 평범하지만 대단한 깨달음이었다. 현실세계와 이상을 연결시켜 주는 고리가 있고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현실은 바로 빵(Bread)이며, 이상세계는 꿈(Dream)이고 이 둘 사이에 사랑(Love)이 있어서 소중한 징검다리이자 연결고리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음악활동을 해가던 이들이 1970년에 2집 앨범『The Strange Tale Of Captain Shannon And The Hunchback From Gigha』를 발표하면서 그 동안 현실에 치중했던 음악의 방향을 정신세계 쪽으로 돌리게 된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내면 지향적인 음악으로의 변모를 시도한다.

이 앨범의 커버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지만 동심으로의 여행을 유도하기도 하며 바쁜 일상에 쫓겨 한 번도 들여다보거나 뒤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했던 우리들을 조용히 꾸짖는다. 결코 들떠 날뛰게 하거나 흥분하지 않도록 차분하게 타이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속삭인다. ‘등이 굽은 노인과 Shannon 선장의 이상한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가르침은 바로, ‘내면을 바라보라!’인 것 같다.

자꾸 끊었던 담배의 유혹이 있기는 하지만 잊고 살았던 내면의 바다에서 편안하게 수영을 한 것 같은 상쾌함이 모든 유혹으로부터 나를 더 자유롭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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