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이 넓은 세상에서

오디오전도사 2010. 2. 21. 22:06

이 넓은 세상에서
('05. 6.22. 정현빈)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이 말은 프랑스 국적의 한 기업인의 베스트셀러 저작 중에 나오는 핵심어다. 군계일학(群鷄一鶴)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신화창조의 주역으로 우뚝 솟은 그는 당시 대부분의 기업들이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던 시절 100여명의 운동권 출신들을 과감하게 채용하여 미증유(未曾有)의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룹경영의 최고이념이었던 ‘세계경영’을 적극 실천할 개척자 그룹이 필요했을 것이고 이를 위한 인재들을 직접 면담을 통하여 채용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적어도 이때까지는 세계경영의 결실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릴 것 같았다.

그러나 그 강한 빛만큼의 어두운 그림자가 바로 뒤에 도사리고 있었다. 다만 지금은 그 그림자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되고 의도한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어쩌면 이것은 IMF의 높은 파고를 피눈물로 넘어온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마지막 남은 희망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는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자이며 국민을 속인 죄 또한 그가 말한 세계만큼 넓고 일만큼 많은 것이리라.

역시 세계는 넓었다. 인터폴의 국제 적색수배를 받았던 ‘도망자의 몸’으로 무려 5년 8개월 동안 세계 각국을 잠행 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어찌 됐든 한 일도 많았다. 그의 경영이념이 세계경영이었으므로 일을 많이 했던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을 대출 받아 그 일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로 국민을 위해 일 했어야 했다.

또 한 가지 씁쓸한 회오리가 가슴을 파고들어 짓뭉갠다. 비록 그가 프랑스 국적을 갖고 있긴 했지만 자랑스러운 조국 대한민국의 한 기업인이 세계경영이라고 하는 거창한 경영이념을 내세우고 개척자 정신을 강조하는 것을 목도하고 한없이 가슴 뿌듯해 했던 기억이 지금도 자랑스럽다.

그러나 단군의 고조선 건국이념이 홍익인간(弘益人間)이었음을 알고 세계경영을 했더라면 그야말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경영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감방은 좁고 죄는 무겁다.

그의 신화는 위대해 보였지만 그의 신하들은 찬반양론의 극단에서 목소리만 높다. 안타까운 것은, 그가 병마는 깊어가고 나이는 많은데 날은 무덥고 밝힐 일은 한없이 많다는 것이다.

안타까움이 계속된다. 팝의 제왕 마이클 잭슨이 불쌍하다. 무죄평결을 받고 손을 흔드는 그의 뒷모습이 제왕 같지 않아 보인다. 그가 1991년에 발표한 앨범 『Dangerous』에 ‘Heal the world’라는 노래가 있는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상을 치료해 보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작 치료의 대상은 세상이 아니고 그 두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때보다도 더 크게 들어본다. 주위에 또 치료할 사람들이 있거든 ‘Heal the world’를 들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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