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뭐니해도 가장 외로운 것은 딸랑 한 장 남아있는 달력인 것 같다. 날씨가 추워지니 더욱 쓸쓸해 보인다. 이제 대학 입학을 위한 수학능력시험도 끝나고 중학생들의 고입시험도 끝났다. 오랜 시험준비로 지쳐있을 수험생들의 심신을 달래주고 안정시켜 줄, 좋은 음악이 어디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심술궂게도 ‘머리 좋아지는 음악’이라는 거창한 광고가 눈을 사로잡았던 한 음반이 생각났다.
지난 1997년 국내에 처음 소개되면서 폭발적인 판매고를 자랑했던 『모차르트 이펙트』라는 음반이 있다. 이 음반이 머리 좋아지는 음악이라고 하는 이론적 근거는, 캘리포니아 대학의 프란시스 로셔 박사가 ‘학습과 기억에 관한 신경생물학 센터’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 K448』을 듣고 난 학생 집단이 공간 추리력 테스트에서 다른 집단보다 월등히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는 발표였다.
이 실험에 사용됐던 모차르트의 음악으로 구성된 음반 『모차르트 이펙트』는 당시 클래식 음반으로는 드물게 30만장이나 팔려나갔고 지금까지도 모차르트 음악은 연중 수험생들을 위한 선물용 음반으로 줄기차게 팔려나간다고 하니 광고효과가 참으로 대단한 것 같다.
때를 놓칠세라 각 음반사마다 비슷한 종류의 음반들을 속속 출시하였는데, 『바로크 히트』,『바로크 이펙트』등의 바로크 음악 시리즈였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음반들에는 파헬벨의 캐논이나 헨델의 수상음악,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등의 유명한 바로크 음악들이 실려 있었다.
당시 나는 레코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즐거운 비명이 아니라 정말로 몹시 괴로웠던 적이 있었다. 마치 부모들이 머리 좋아지는 약을 사서 학생들에게 억지로 먹이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많은 수의 학생들이 선물로 받은 그 음반대신 자신들이 좋아하는 다른 음반으로 교환을 원하기도 했다.
“아직도 내 안에는 고요하고 순수한 조화, 그리고 음악이 있다” 라는 말을 남긴, ‘빈센트 반 고흐’의 내면에 있는 음악은, 과연 어떠한 음악일까? 몇 번을 생각해봐도 뚜렷한 답은 찾을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렇게 억지로 떠 먹여진 것은 아닐 것 같다.
참으로 홀가분한 지금 이 순간, 진짜 머리가 좋아지기를 바란다면 오히려 비워보는 것은 어떨지? 그 동안 정말 듣고 싶었던 음악이라도 한 곡 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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