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시험 잘 보게 하는 음악

오디오전도사 2010. 2. 21. 22:22

시험 잘 보게 하는 음악
('06. 5.16. 정현빈)

시험 없는 세상에서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실현 불가능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학창시절, 그것도 시험공부라는 것이 단순히 하기 싫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인생이 걸린 중대한 것이라는 인식을 스스로 하게 된 고등학교 때 자주 했던 생각이다.

최근에 아들이 어깨가 축 처져 귀가한 적이 있었다. 시험 때문이었다. 풀어야 할 문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는데 시간이 다 지나가 버려 눈물이 앞을 가렸단다. 시험을 망쳤다는 생각에 힘이 빠졌던 모양이다. 고등학생인 아들도 예전에 아버지가 했던 생각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아니가 싶어 걱정된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며칠 후에 있는 체육대회가 끝나면 다시 열심히 공부하겠단다. 고맙다. 그러나 못마땅하다는 듯이 나무랐다. “내일이 어디 있고, ‘체육대회 끝나면’이 어디 있어, 지금 당장 다시 시작해야지!”

이렇게 융단폭격을 하고 난 다음에 한 가지 엉뚱한 생각을 떠올렸다. 시험 잘 보게 하는 음악은 없을까? 물론 ‘모차르트 효과’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듯이 모차르트 음악이 지능을 높여준다는 보고도 있었고 이와 유사한 보고들이 줄을 잇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들어서인지 “아! 이 음악이다.” 싶었던 음반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인 1971년에 발표된, ‘Le Orme(흔적, 자취)’의 『Collage』다. 강한 개성을 동반한 3인조 편성이지만 키보드와 기타, 드럼이 삼위일체의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서로 다른 여러 가지 것들이 한 종이 위에 모여, 하나의 훌륭한 작품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미술 기법, Collage를 앨범 명으로 채택한 의도가 바로 이것이구나 싶다.

그 사실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첫 번째 곡 Collage에서 서로 다른 성질의 세 가지 악기들(웅장한 오르간, 강렬한 드럼, 유려한 기타)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마치 저 유명한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듣고 있는 것 같아 자꾸 손이 간다.

4분 여의 네 번째 곡, ‘Sguardo Verso Il Cielo (하늘을 향한 시선)’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게 할 수 있는 묘한 힘을 북돋아 준다. ‘Evasione Total(완전한 탈출)’은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건반 연주가 시험 없는 세상으로의 탈출을 도와주는 듯 하다. 마지막 일곱 번째 곡, ‘Morte Di Un Fiore(꽃의 죽음)’는 제목에서 풍기는 무거운 이미지와는 달리 경쾌한 분위기 때문인지 기분이 좋아진다.
다 듣고 나면, 아니 첫 곡부터 힘을 솟게 하는 이 음반이 그 때도 있었더라면 시험에 지치지 않았을 텐데. 아쉽다. 그러나 아들과 함께 들을 수 있어서 천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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