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세계1위 인천공항을 왜 팔려고 하는가
강용규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위원장
경향신문 기사입력 : 2011-07-12 21:17:39
요즘 인천공항공사 노동조합으로 시민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도대체 정부가 왜 인천공항을 팔려고 하느냐?’라는 질문들이 대부분이다. 정부에서 해외 선진 공항의 힘을 빌려 허브공항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인천공항 매각을 주장한다고 답하면 모두 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인천공항은 국제공항협의회가 실시하는 세계공항 서비스평가에서 6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이름난 세계의 공항들이 인천공항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 전략적 제휴를 제안해온 상태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외국공항에 지분을 매각해 선진노하우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천공항이 세계 1위로 꼽히는 이유는 다수의 수상경력 외에도 여객 1인당 매출액 세계 1위, 연평균 당기순이익 증가율 18.7%, 2010년 영업이익 5332억원 등 눈부신 실적 성장세 때문이다. 이같은 실적만 놓고 보자면 지금이야말로 인천공항의 가치가 최고조에 달했으니 매각해도 되지 않나 오해할 법도 하다. 그런데 삼일회계법인이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35년까지 정부에 납입하는 총금액이 법인세 14조3700억원, 배당금 22조8500억원 등 무려 37조2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은 단지 엄청난 상승추세의 초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천공항은 동북아 허브공항 지위를 선점하기 위해 일본 경쟁공항들의 4분의 1 수준으로 착륙료를 책정했고, 공항이용료 및 토지임대료 또한 아주 저렴한 수준이기 때문에, 각종 요금들을 정상화하기만 해도 수익률은 폭증할 것이다. 2002년 이후 한 번도 공항이용료를 인상하지 않는 등 허브공항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자산수익률을 낮게 유지하고 있는데, 지금 파는 게 과연 헐값 매각이 아닐까?
정부는 인천공항의 환승률이 낮기 때문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환승객 숫자는 개항초기 246만명에서 작년에는 519만명으로 111% 증가했고, 화물환적률은 47.2%로 세계 2위이다. 개항 10년 만에 환승객이 두 배로 늘어났는데도, 60~70년 된 유럽연합(EU)의 허브공항들보다 환승률이 떨어지니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과연 설득력이 있는가? 전문가들은 인천공항 환승률의 지속적 증가 배경에는 인천공항의 경영 노하우보다는 대한민국의 경제와 국력이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유럽 허브공항들이 투자한 남미, 아시아 각국 공항들 중 단 한 곳도 환승률이 개선되어 허브공항으로 성장한 사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선진적인 환승허브 육성노하우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과대포장해 해외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발상에 기가 찰 따름이다.
정부가 기어코 인천공항 매각을 강행한다면, 지분구조는 어떻게 변동될까? 과거 공기업들의 민영화 사례를 보면 훤히 보인다. 현재 한국전력의 지분 중 9.9%는 세계적인 전력회사가 아니라, 미국의 JP모건 투자은행이 갖고 있다. KT의 지분 29.5%는 씨티은행이 주식예탁증서(DR) 형태로 갖고 있고, POSCO 역시 지분의 15.89%는 뉴욕은행에 DR 형태로 넘어갔다. 매년 수조원의 배당금을 외국인들이 가져가는데, 정부가 대주주 지분을 갖고 있으니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일단 인천공항 지분이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헤지펀드나 투자은행으로 재매각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국내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진출한 맥쿼리인프라에 매년 15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국민의 혈세로 보전해주고 있는 사례만 봐도, 이제 해외자본에 대한 짝사랑은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직장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천공항 BHS관련 디지털타임스 기사 (0) | 2011.09.08 |
---|---|
인천공항 잔디광장에 가면 '조수미'를 볼 수 있다 (0) | 2011.08.25 |
총사업비 4조 인천공항 3단계확장 본궤도 (0) | 2011.07.14 |
인천공항 매각은 막아야 (0) | 2011.07.07 |
아이비티, 지식서비스 최우수기업 선정 (0) | 2011.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