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CEO] 정창수 인천공항공사 사장
30년 공직뒤 1등공항 지휘
저가항공 취항 늘려 세계1위 지킬것
거대 배후시장 거느린 中 추격해와 저가항공으로 환승수요 키울 필요
직원 맨파워 믿고 맘껏 일하게 한다
매일경제신문 기사입력 2013.09.01 17:03:30 | 최종수정 2013.09.01 19:05:25
정창수 인천공항공사 사장(56)은 열네 살이던 1971년 강원도 강릉공항에서 서울로 오는 비행기를 탔다. 고향인 강릉에서 서울로 여행을 가기 위해 처음으로 정 사장이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다. 당시만 해도 보편적이던 프로펠러 비행기를 탔을 때 정 사장은 설렘과 두려움 속에서 첫 비행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때 비행기를 타본 사람이 드물던 그 시절에 소년 정 사장의 설레던 마음은 비행기가 덜커덩거리며 오르면서 두려움으로 바뀌었고 정 사장은 `이제 죽었구나` 하는 생각에 두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정 사장의 첫 비행이었다. 정 사장은 꼭 42년 뒤인 지난 6월 세계 최고 공항인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올랐다. 2011년 국토해양부 제1차관을 끝으로 공직을 마친 뒤 맡은 첫 보직이었다. 30여 년간 국토해양부에서 공직에 봉사하며 쌓은 전문성에 자신도 있었지만, 정 사장은 첫 비행을 하던 소년 시절처럼 인천공항공사 사장직에 오르며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8년 연속 세계 최고 공항에 오른 인천공항공사 수장을 맡았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고위 관료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원들에게 권위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1991년 준비 과정을 시작한 이래 20년 동안 불철주야로 노력해 인천공항을 만들어낸 직원들과 융화하는 점도 숙제였다. 정 사장은 "실제 와서 보니 인천공항 직원들이 정말 죽자 살자 일하더라"며 "인천공항 자체가 국가 브랜드더라. 직원 맨파워를 믿고 일을 맡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정 사장이 수차례 고민 끝에 경영철학으로 내놓은 것은 `자율경영`이다. 우선 임원과 팀장 등 간부급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되 각자 성과에 책임을 지는 `위임전결규정`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우선 사장이 결재하는 보고를 5분의 1로 줄였다. 또 가급적이면 많은 의사결정에 직원들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임원도 가급적이면 팀장들에게 맡기고, 팀장들도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물론 조직 내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며 생기를 불어넣으려는 목적이었지만, 그만큼 인천공항공사 맨파워를 신뢰했기에 가능했다.
그는 "어떤 조직이든 상하구조가 있지만 이것은 계급과 신분이 아니라 업무 분담 구조"라며 "사장, 임원, 직원이 수행하는 프로젝트가 따로 있는 만큼 아랫사람 보고서에서 토씨 하나하나 고치는 일을 자제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정 사장이 직원들에게 무한정 자율을 주고 있지는 않다. 그가 취임 후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했던 것은 `자율에 걸맞은 주인의식`이었다. 물론 인천공항공사 직원들이 그동안 방종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는 것은 아니었다. 세계 최고 공항으로 인천공항을 일군 직원들인 만큼 인천공항 직원들은 자기 일에 누구보다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것이 정 사장 신념이다. 정 사장은 "인천공항은 대한민국 정부가 지분 100%를 소유한 `국민의 공항`으로 국민에게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직원 모두가 합심해 겸허하게 국민을 섬기며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인천공항 직원은 걸음걸이부터 달라야 한다는 것이 제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똘똘 뭉쳐 추구하는 목표는 바로 인천공항을 아시아 최고 허브공항으로 일구는 것이다. 세계 최고 공항에 8년 연속 오른 인천공항이지만 싱가포르 창이공항, 일본 간사이ㆍ나리타 공항,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 등 경쟁자들 견제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 특히 세계 2위 배후시장을 거느린 중국 추격세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 사장은 "국제공항협의회(ACI)에서 매년 세계 공항 순위를 발표하는데 인천공항이 8년 연속 독주하자 평가 기준을 바꾸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배후시장 규모 측면에서 다른 아시아권 경쟁자에 불리한 만큼 인천공항이 탑승객을 늘리기 위해서는 아시아권 환승 수요를 늘릴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급성장하는 저가항공(LCC) 취항을 늘려 일단 인천공항으로 승객을 끌어 모은 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기로 환승해 세계로 뻗어나가게 하려는 것이 인천공항 측 전략이다.
세계 최고 서비스 품질을 보유한 국적 항공사인 만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인천공항은 판단한다. 정 사장은 "현대 공항은 단순한 비행장이 아니고 관광ㆍ정보ㆍ비즈니스ㆍ레저가 융합된 새로운 복합도시이자 오케스트라"라며 "국내 건설시장이 어려운데 인천공항에 머물며 세계 각국 사람들이 한국 건설사에 공사를 맡기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제 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은 인천공항 브랜드 가치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국민께서 아껴주시는 만큼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오는 3~6일 인천공항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세계 최대 저가항공사 국제회의인 CAPA(Center for Asia Pacific Aviation) 회의를 개최한다. 이 회의에는 전 세계 약 20여 개사 저가항공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할 예정이다.
정 사장은 "경쟁력 있는 저가항공사를 인천공항에 유치해 항공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노선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며 "급성장하는 동북아 저가항공 시장에서 주도적 입지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He is…
△1957년 강원도 강릉 출생 △1973년 서울고 졸업 △성균관대 행정학 학사ㆍ서울대 정책학 석사ㆍ경희대 정책학 박사 △2002년 대통령비서실 건설교통비서관 △2003년 건설교통부 주택도시국장, 주택국장 △2005년 국무조정실 농수산건설심의관 △2008년 국토해양부 기획조정실장 △2010년 국토해양부 제1차관 △2013년 인천공항공사 사장
[인천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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