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학생이 나의 레코드가게를 찾아와 좋은 음반 있으면 하나만 추천을 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수업시간에 집중이 잘 안되고 공부하기도 싫어져서 고민이며, 정말 감동적인 영화라도 한 편 보고 나면 괜찮아질 것 같다면서, " 여러 군데를 잘 긁어줄 수 있는 뭐 그런 음악 어디 없어요? "라는 굉장히 어려운 주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한 앨범을 추천해 주었는데 효과만점이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지금은 그 학생이 학교를 졸업하고 훌륭한 사회인이 되어 열심히 생활하고 있고 나보다 더 열렬한 음악감상애호가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훌륭한 책 한 권, 영화 한 편, 음악앨범 한 장은 어떤 이의 인생을 발전적으로 변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한 주인공이라고 말하곤 한다.
과연 어떤 음악이었기에 한 사람의 인생을 좌절과 혼란, 그리고 무기력증으로부터 구하고 그의 인생을 발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을까?
그 앨범은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우리 나라와 같은 반도국인 이태리의 GENOVA에서 결성된 3인조 그룹 Latte E Miele(라떼 에 미엘레, 젖과 꿀, 1970년 결성)의 1972년 데뷔앨범인 「Passio Secundum Mattheum (빠찌오 세꾼덤 마떼움, 마태가 전하는 그리스도의 수난극)」이다.
이 앨범에 대하여 간략하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신약성서 마태복음의 내용 중의 일부를 음악으로 재현한 것으로서 예수의 12제자 중의 한 사람인 '유다'의 배반,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처형, 부활까지를 한 편의 완벽한 Rock Opera로 재현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음악인 동시에 클래식이며 Jazz와 Rock이 조화롭게 숨을 쉬고 있는 치밀하고 완벽한 곡 구성과 음악적 장르를 초월하는 듯 모든 요소를 널리 포용하고 있는 걸작중의 걸작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멤버 전원이 십대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위대한 3명의 멤버는 Oliviero Lacagnia(올리비에로 라까냐, Keyboard / Vocal), Alfio Vitanza(알피오 비딴사, Drums / Flute / Percussions), Marcello Giancarlo Dellacasa(마르첼로 쟌까를로 델라까자, Guitar / Bass / Violin / Vocal)이며 그 중에서 드러머인 '알피오 비딴사'는 이 앨범을 발표할 당시 18세에 불과했었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는다.
이 앨범에는 모두 12곡이 들어있는데 장엄한 혼성 합창과 복잡하지만 질서정연한 Guitar, Keyboard, Organ, Drum 연주 등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특히 세 번째 곡인 'Ultima Cena(울띠마 체나, 최후의 만찬)'에서는 짧지만 급변조되는 곡의 변화무쌍함을 만끽할 수 있고 여섯 번째 곡인 'I Testimoni(이 떼스띠모니, 증인들 )'에서는 멋진 프리재즈록을 감상할 수 있다. 열 한 번째 곡인 'Il Calvario(일 깔바리오, 골고다의 언덕 / 수난)에서는 종교적인 엄숙한 분위기로 이끌며 예수가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무거운 발걸음을 연상할 수 있고 후반부의 Electric Guitar연주는 참았던 참회의 눈물을 왈칵 쏟아놓게 만드는 이 작품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맨 마지막 곡 'Il Dono Della Vita(일 도노 델라 비따, 생명의 선물/부활)는 한없이 슬프지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웅장한 합창으로 끝을 맺는다.
한 곡도 빼고 들어서는 안될 완벽한 하나의 Rock Opera 작품, Latte E Miele의 1972년 데뷔앨범인 「Passio Secundum mattheum」을 여러분께 또 다시 추천하면서 봄날의 나른함을 떨치고 일어서 인생의 권태와 좌절을 딛고 일어서 지치고 힘든 삶을 보다 발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