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40년 음반 컬렉팅 성시완 전

오디오전도사 2010. 2. 21. 23:19

40년 음반 컬렉팅 성시완 전
('08. 6.10. 조선일보, 연합뉴스)

 "이 음반요? 아이슬란드 벼룩시장 뒤져 구했어요"

음악칼럼니스트 성시완씨 희귀음반 전시회
집 지하실에 음반 수백만 장 태어나서 한번도 이사 못가
음반값 수만달러 송금하다 신용카드 정지당하기도

김경은 기자 eun@chosun.com 
입력 : 2008.06.10 22:40

 


성시완씨는“갖고 있는 음반이 수백만 장이 넘지만 1000장까지 모았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앨범 재킷의 모퉁이 색깔만 보고도 그게 누구의 음반인지 바로 알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림미술관 제공

 1980년대에 '아트락'을 국내에 소개해 대중음악 팬들을 열광시킨 음악칼럼니스트 성시완(47·사진)씨가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성시완 컬렉션 40/30/20: 컬렉션 3 전'을 열고 40여 년간 수집한 희귀음반과 앨범재킷 1000여 점을 걸었다. "그동안 내가 모은 음반을 통해 컬렉터 인생 40년, 음악인 인생 30년, 사업가 인생 20년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이탈리아 록 그룹 '가리발디'가 1972년에 발매한 데뷔 앨범, 핀란드 밴드(그룹명 'Haikara')가 1973년에 발매한 앨범, 이탈리아 록 그룹 '데빌 돌'이 1990년에 딱 28장만 발매한 앨범 등 경매 사이트에서 마니아들이 1매당 수백만 원에 사고 파는 희귀 앨범들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비싼 음반을 "막 다룬다"고 했다.

"수북이 쌓아놓고 아무거나 골라 듣기 때문에 알맹이 따로, 커버 따로인 경우가 많아요. 우리 집에 온 후배들이 전 세계에 아흔아홉 장밖에 없는 음반이 방바닥에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걸 보고 깜짝 놀라죠."

 그는 "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남들이 많이 가는 휴양지만 빼고 안 가본 나라가 없다"고 했다. 음반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아이슬란드 록밴드의 앨범을 구하기 위해 비행기 삯 1600달러를 내고 아이슬란드에 날아가 벼룩시장을 뒤졌을 정도다. 음반뿐 아니라 관련 자료도 모았다. 1993년, 그는 4박5일 동안 스페인마드리드를 샅샅이 뒤져서 오랫동안 찾아 헤맨 60년대 음악 신문 한 부를 발견했다. 그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 신문을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고 했다. 1인당 외환 송금액 상한선이 1만 달러이던 시절, 음반값 수만 달러를 해외 거래처에 송금하다가 당국에 걸려 '신용카드 이용정지 6개월' 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는 서울 충정로에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에 산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이사하지 않았다. "지하실에 바닥부터 천장까지 앨범이 꽉 들어차 도무지 이사할 엄두를 못 냈다"고 했다. 가족들과 다투기도 많이 다퉜다. 2001년 그리스 아테네에 날아가서 LP판 1000장과 CD 600장을 사 들고 귀국한 성씨는 자택 마당에 턴테이블과 음반 뭉치가 뒹구는 것을 보고 대경실색했다. 음반 더미가 온 집안을 야금야금 점령하는 것을 참다 못한 어머니가 아들이 집을 비운 사이 아들의 방을 '습격'한 것이다.

그는 "버는 돈 전부를 털어 넣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음악은 내 인생의 전부였다"며 "사람을 만나면 그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는 기억하는데 이름과 전화번호는 잊어버린다"고 했다. 이번 전시를 도와준 디자이너 마영범(51)씨는 "성씨의 청춘 시절만 해도 국내 록 음악 마니아들에게 해외 음반은 희귀하기 짝이 없는 '문화의 끈'이었다"며 "그의 컬렉션에는 이 끈을 애절하게 찾아 헤맨 음악 팬의 절규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달 31일까지다.

<40년 음반 컬렉팅 성시완展>
기사입력 2008-06-09 17:52 


대림미술관 '컬렉션3' 음반 커버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성시완(47)은 연예인은 아니지만 라디오를 통해 386세대의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귀에 익은 이름이다.

1980년대 초반 그가 DJ를 맡았던 MBC FM '음악이 흐르는 밤에'는 국내에서 프로그레시브 록을 비롯한 아트 록 음악을 알리고 전파하면서 아트 록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그는 음반 수집에 일찍부터 발을 들여놓았고 이미 고교 재학 시절에 자신이 보유한 아프리카와 유럽의 록 앨범을 들고 방송에 출연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조숙했다.

통의동 대림미술관이 2006년 '리빙룸-컬렉션 1', 2007년 '컬렉터의 선택-컬렉션 2'에 이은 시리즈 기획전으로 '성시완 컬렉션 40/30/20-컬렉션 3'전을 10일부터 7월31일까지 연다.

대략 음반을 모으기 시작한지 40년, 고교 시절 출연을 포함한 음악 방송 생활 30년, 음반 사업 활동 20년의 경력을 쌓은 성시완이 수집한 앨범의 커버에 초점을 맞춘 전시다.

그러나 앨범 커버에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던 1960년대말에서 1970년대초의 음반 커버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만큼 전시장은 풍부한 이미지의 성찬으로 채워졌다.

이탈리아 록 그룹 가리발디(Garybaldi)의 1972년작 데뷔 앨범(Nuda)은 이탈리아 만화가 귀도 크레팍스가 그린 에로틱한 만화가 앞뒤 양면 6쪽의 변형 커버를 장식하고 핀란드 밴드(그룹명 Haikara)의 드러머이자 화가가 1973년작 그룹 앨범에 실은 그림은 살바도르 달리풍의 환상적인 이미지를, 전세계에 28장만 존재하는 이탈리아 록 그룹 '데빌 돌'의 1990년작 앨범은 오페라 극장과 인형을 조합한 기괴한 모습을 각각 보여준다.

전시장은 희귀음반만을 모아놓은 '희귀음반', 환상적인 앨범 커버로 꾸민 '판타지아', 입체나 변형 커버 등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앨범을 모은 '요술쟁이 음반', 싱글 음반들로 차린 '도넛 판' 등 4가지 코너로 구성됐다.

스콜피온즈의 1973년 데뷔 앨범(Lonesome Crow),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클라투'의 1976년 앨범, 만프레드 만즈 어스 밴드의 1979년 앨범, 핑크플로이드의 1979년 앨범, 어스 앤 파이어의 1970년 '어스 앤 파이어' 음반 등은 한번쯤 들어봤음직하다.

그러나 아프리칸 록 그룹인 오시비사(Osibisa)의 음반이나 아르헨티나 출신 미구엘 아부엘로(Miguel Abuelo)가 1973년 발행한 음반 등은 웬만한 마니아가 아닌 이상 낯설 수밖에 없다.

성시완은 음반 산업의 침체와 맞물린 시완레코드의 경영난으로 희귀 음반들을 파는 과정에서 1960-1970년대에 3달러에 샀다가 270달러에 판 음반도 있었다며 "이번 전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주 전시 구성을 바꿔 약 50일간 전시 기간에 최소 1천장에서 최대 2천장의 앨범 커버를 선보일 예정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부대행사로 재즈 콘서트나 아트록 영상 음악 감상회도 연다.

전시 입장료는 2천-4천원. ☎02-720-0667. (사진설명 = 전시중인 앨범 커버들을 설명중인 성시완 씨)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