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unbiz.com 출범기념 인터뷰…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
'문화 공항' 이미지 알리려 퍼포먼스에 직접 출연, 5년 연속 최우수 공항…
2015년 제2터미널 완공, '사이버 터미널'도 추진
"무거운 궁중 복장을 하고 고개 숙인 채 한 시간 반을 걸으니 땀이 비 오듯 했지요."이채욱(64)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최근 '내시'로 변신했다. 인천공항에서 매일 두 차례씩 열리는 '왕가의 산책' 공연에 직원들과 함께 출연한 것이다. 왕 역은 신입사원을 시키고 자신은 내시 역을 자청했다.
"처음엔 사람들이 몰랐지만 공연 말미 안내 방송에서 사장이 참여하고 있다고 하자 사람들이 몰려들었어요. 외국인들과 사진을 찍으며 한참 더 내시 노릇을 해야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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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공항에서 매일 두 차례씩 열리는 ‘왕가의 산책’ 공연에 ‘내시’로 출연한 이채욱 사장(사진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그런데도 '혁신'을 멈추지 않고 있다. 부채·매듭·연 등 전통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전통문화체험관', 궁중문화·전통미술 등 다양한 전시회가 열리는 한국문화박물관·한국전통공예전시관 등과 '왕가의 산책' 같은 퍼포먼스를 통해 인천공항을 '컬처 포트(문화공항)'로 만들고 있다.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는 물론이고, 이를 넘어서 다시 또 오고 싶은 공항을 만들어야 세계 최고 공항 자리를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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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중동·러시아에 이어 동남아지역 공항 현대화 사업에 진출하는 등 인천공항을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입점업체 임대료를 10% 낮춰주자고 했습니다. 직원들은 '공기업인데 국정감사에 걸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죠. 그래도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판단하고 강행했어요. 그러자 입점업체들도 인원을 줄이지 않았고 공항 서비스도 좋아졌죠. 이런 힘이 모여 공항 평가 5연패를 할 수 있었던 겁니다."
작년 3월부터 올해까지 감면해준 임대료가 2800억원 정도지만 그보다 더 큰 이익을 얻었다는 것. 이 사장은 GE에 근무할 당시 워런 버핏을 초청해 들었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다. "두 가지 룰을 지키라고 했어요. 첫번째는 여러분의 고객이 절대 손해 보지 않게 할 것, 두번째는 첫번째 룰을 절대 잊지 말 것. 그래서 나도 써먹었죠. 공항에서 절대 망해서 나가게 하지 말라!"
지난 1일 인천공항은 하루 이용객 수 신기록을 깼다. 이날에만 11만6000여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해, 2007년 8월 5일 11만1700명을 기록한 후 주춤하던 이용객 수가 회복된 것이다. 특히 환승객 수의 증가가 놀랍다. 작년 520만명이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탔고 올해에는 600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우리는 일본 나리타·간사이, 중국 베이징·푸둥공항 등과 경쟁을 해야 해요. 판매할 '상품'을 만들고 마케팅팀을 꾸려 해외로 나가게 했죠. '일본에 가서는, 후쿠오카에서 일본 국내선 공항인 하네다를 거쳐 나리타로 옮겨 다른 나라로 가는 것보다 인천공항에 와서 환승하면 짐도 다시 찾아 부칠 필요가 없고 2~4시간, 7만~9만엔이 절약된다', '중국도 다롄에서 베이징 거치는 것보다 인천으로 오는 게 훨씬 유리하다' 이런 마케팅을 했어요. 그러자 환승객이 늘어났습니다."
이 사장은 "공항 경쟁력이 떨어지면 국적 항공사 경영도 나빠지고 국가 경제 활력도 떨어진다"면서 "일본항공(JAL)이 법정 관리에 들어간 것도 공항 경쟁력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환승객이 늘어나면 착륙료 수입은 물론 공항 면세점 수입도 늘어난다. 올 3월부터는 환승객에게도 공항이용료를 1만원씩 받고 있다. 500만명이 환승하면 500억원의 순수입이 늘어나는 것.
'에어스타 애비뉴(AIRSTAR Avenue)'라는 공항 면세점 통합 브랜드도 출범시켰다. 최근 입점업체들과 협력해 할인행사를 하는 등 통합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세계 공항 면세점 중 1인당 이용금액은 인천공항이 최고입니다. 여행객들이 '에어스타 애비뉴'라고 적힌 쇼핑백만 들고 다녀도 인천공항에서 쇼핑하는 게 유리하다는 생각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되는 효과가 있죠."
이 사장은 2015년 제2터미널을 완공해 인천공항보다 더 큰 시설로 도전해오는 해외 공항들에 맞설 계획이다. 공항 인근 수백만평 부지에는 테마파크·호텔·골프장 등 복합시설을 유치할 계획도 검토 중이다.
공항 서비스의 획기적인 개선 아이디어도 많다. KTX를 타고 인천공항까지 곧바로 들어오는 서비스,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탑승 수속부터 면세품 쇼핑까지 출국 전 절차를 모두 처리하는 '사이버 터미널' 등을 머지않아 현실화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공항을 '수출산업'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해 2월 3150만달러 규모의 이라크 아르빌공항 운영컨설팅사업을 수주했고, 지금 우리 직원 25명이 현지에 나가 올 하반기 공항 개항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하바로프스크공항 현대화사업 용역도 수주했고, 올해 동남아지역 공항에 추가 진출할 계획입니다. '인천공항'을 반도체, 조선, 자동차와 같이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로 키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