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음악, 당신을 향한 기도

오디오전도사 2006. 8. 24. 23:08

음악, 당신을 향한 기도
('02.12.23. 순천 빌보드레코드, 정현빈)

 

오랜 옛날 당신은 내게 있어서 사치였습니다.
아주 도도하고 고고하게 살고 있었던 ‘장 전축’이라고 불리는 먼 나라의 공주였죠.
가끔 꿈속에서만 살짝 그 고고한 자태를 뵐 수 있었지만
결코 희망을 잃지 않았던 가난한 농촌의 아들
이제는 당신을 곁에 두고 사는 까닭에 세상에서 최고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세파에 시달려 꿈속에서만 함께 할 수 있었던 시절보다
당신을 덜 귀하게 여길 때도 있어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는 당신은 아직도 천상 맘씨 고운 공주입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온화한 미소로 맞아 주시는 당신은 천사입니다.
푸념조차도 진지한 자세로 들어주고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주는 당신은
내 소중한 기도를 말없이 다만 듣고만 계시는 그 분과도 흡사합니다.
그 길고 지루했던 장마철의 종착역을 알리는 무지개 같은 당신
그 잠 못 이루던 기나긴 밤을 온통 하얗게 밝혀주었던 등대 같은 당신
그 깊고 암울했던 80년의 봄을 피눈물로 함께 했던 어머니 같은 당신
그래서 당신은 이미 내게 있어서 고향이며 차라리 종교인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많이 외로워 당신을 찾습니다.
여기 저기 힘들게 찾지 않아도 항상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을 줄 압니다.
약속은 하지 않았어도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
엊그제 쓸쓸한 어깨를 어루만져 주었던 당신의 그 따스한 손길을
아직도 내 가슴 속 깊은 곳에 고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로움이 다 가시자마자 인사도 없이 훌쩍 떠날 수도 있습니다.
전에도 그랬듯이 또 너그러이 용서해 줄줄 믿습니다.
하루가 가기 전에 또 찾을 것을 뻔히 다 알고 있을 당신이지만 결코 밉지만은 않습니다.
당신의 그 한결같은 믿음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인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오늘따라 한 장 남아있는 달력이 허전함을 더합니다.
세월에 묻히기 싫어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 때문입니다.
아니 다시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아져서 인지도 모릅니다.
밝아 올 새해에는 이런 허전함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작지만 소중한 바람 하나 보듬고 사는 내게
30년이 넘도록 당신을 사랑하는 ‘아침이슬’의 그와 그녀이게 하소서
오늘부터라도 당신을 찾는 내 마음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게 하시고
떨어져서도 사랑하는 비틀즈이며 죽어서도 살아있는 모차르트이게 하소서

이렇게 좋은 당신을 더 많은 이들이 사랑하게 하시어
이렇게 포근한 당신의 가슴에 더 오래 안겨 있도록 은혜를 베푸시고
이렇게 편안한 당신과의 만남을 더 많은 이들에게 허락하시어
이렇게 뿌듯한 행복감을 더 많은 가슴에 넘치도록 부어주소서.
그리하여 저 세상에 가서도 당신이 없으면 모두 이 세상에 다시 돌아오게 하소서.

*** 음악은 가슴의 언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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