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아직도 살아있는 LP

오디오전도사 2006. 8. 24. 23:12

아직도 살아있는 LP!
('03.6.30. 순천 빌보드레코드, 정현빈)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탓에 군것질을 하는 것조차도 중대한 결심을 필요로 했던 때가 있었다.

하루종일 녹을 줄 모르고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면서 입안 가득히 흐뭇한 단맛을 제공해 주었던 눈깔사탕도 큰 결심과 더불어 삼십여 분 이상을 걸어가거나 학교 앞에까지 가야 가능했던 시절은 지금 생각해도 도저히 잊혀질 수 없는 소중한 추억덩어리 그 자체이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도시로 진출하게 되었고 그 추억 공장 같은 기능을 담당했던 구멍가게들은 하나 둘씩 이른바 '슈퍼'라는 신식 간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때 당시의 느낌은 동네에 전기가 처음 들어오던 날 느꼈던 그 느낌 그대로였다.

구멍가게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온갖 물건들을 '슈퍼'에서는 다 팔고 있었다. 그 이후 '슈퍼'에 대한 나의 생각은 거의 신의 경지로까지 추앙되었고 음악감상을 계속 해 오면서 최근에 또 그 '슈퍼'의 위용에 푹 빠져 헤어날 수 없는 방황을 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그 방황을 계속하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행복한 방황이기 때문이다. 그 새로운 '슈퍼'는 '슈퍼 아날로그 디스크'이다. 좀더 쉽게 얘기하자면 '살아있는 LP'라고 할 수 있을만한 환상적인 물건이다.

음악 레코딩에 있어서 19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 초반까지를 '레코딩의 황금기'라고들 하 는데, 당시 미국이나 영국의 유명 음반 회사들은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할 때 보통 3트랙으 로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를 제작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로 음반을 제작하기 위해서 프로덕션 마스터 테이프를 두 개 만들었는데, 이는 스테레오 음반과 모노 음반을 동시에 발매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이 때 모노 음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3트랙을 한 개의 트랙으로 통합하여 프로덕션 마스터 테이프를 만들었고 스테레오 음반을 위해서는 2번 트랙을 제외하고 1번과 3번 트랙만을 사용하여 스테레오 프로덕션 마스터 테이프를 만들어 음반제작을 위한 마스터링을 하였다.

당시만 해도 제외되었던 2번 트랙을 완벽하게 1,3번 트랙에 분배 통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음반 제작 기술 수준이 몰라보게 성장하여 그야말로 꿈의 LP제작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오리지널 음반에서는 듣지 못했던 새로운 음을 들을 수가 있게 되었는데, 그 이름도 찬란한 '슈퍼 아날로그 디스크'가 바로 그 환상적인 LP의 이름이다.

이 LP는 프로덕션 마스터 테이프가 아닌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에서 직접 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기존의 음반에서는 제외되었던 2번 트랙을 살리기 위해 특수 제작한 3트랙용 헤드를 사용하여 제작함으로써 한 차원 높은 소리, 더 풍요롭고 투명한 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지금도 애를 태우고 있는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머리끝이 쭈뼛할 만큼의 감동을 가슴 가득히 박력 있게 밀어붙이고 있으며 '몽퇴(Monteux)'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 2번은 거대한 장엄함으로 영웅을 연주하는 4악장을 동물적 감각의 본능적 연주의 최고봉으로 여기게 하고 있다. 이 환상적인 체험은 클래식을 떠나 팝이나 재즈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헤리 벨라폰테의 카네기 홀 라이브는 애를 태우다 못해 차라리 숨을 멎게 하며, Art Davis의 'A time Remembered'는 최근작이면서도 할 말을 잊게 한다.

이 '슈퍼 아날로그 디스크'의 감동이 함께 한다면, 무더위조차 귀를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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