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미스터리

오디오전도사 2010. 2. 21. 22:29

미스터리
('06. 7.11. 정현빈)

며칠째 장맛비가 퍼붓고 있던 어느 날 아침, 국내의 한 유력한 일간지 D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1면부터 10면까지 광고 한 면을 빼고 온통 북한의 미사일발사 관련기사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원래 한 가지에 몰입하기를 좋아하는 성향 때문에 우리나라가 독일월드컵 16강에 들지 못했기에 독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또 다른 무엇인가가 절실히 필요했다는 것은 알만하다.

때마침 미사일이 발사된 것을 알고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온통 일색인 지면을 대하고 보니 온통 세상이 어둠이었다. 1면 머릿기사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이라고 했듯이 집중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모자람만 못한 법이다. 속상한 것이 또 있었다. 우리보다 더 멀리 떨어져있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늦게 그것도 더 부정확하게 알고 있는 나라의 국민임이 드러나 있어 더더욱 가슴 한 구석이 씁쓸했다.

‘벼랑끝 전술’이라고 불리던 미스터리 전술이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마지막 카드 정도로 예측되던 미사일카드가 무려 일곱 장이나 허공을 가로질러 동해의 깊은 바다 속으로 똬리를 틀면서 잠수했다. 실패는 무엇이고 의도된 실패는 또 무엇인가? 자위권 발동과 도발, 그 어느 주장이 옳은가? 쏠 수 있을까? 아마 쏘지는 못할 것이다. 이 분야의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의 모든 견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북쪽의 통치자. 때로 위원장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K는 오늘 드디어 한 가지 별명을 얻는다. 어둠의 제왕이다.

좋아하는 음악인 중에 ‘어둠의 제왕(Prince Of Darkness)’이라는 별명의 소유자가 있다. 지난 1926년 미국에서 태어나 1991년 폐렴에 의한 호흡곤란 및 뇌졸중으로 사망하기까지 Jazz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거장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ewey Davis III)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붙인 별명이기에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세계의 관심사가 된 미사일 발사 후 어둠의 제왕에게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었다. 물론 그의 작품을 통해서다. 그는 묵묵히 “쉿!”한마디뿐이었고 “나의 유작앨범을 들어봐”라고 하는 듯 했다.

이윽고 Miles Davis의 1992년 유작앨범, 『Doo-Bop』이 플레이어에 걸렸다. 답이 거기 있었다. 첫 곡부터 Mystery였다. 타이틀곡 The Doo Bop Song을 듣고 있노라면 어쩐지 Savoy Brown의 Hellbound Train을 듣고 있는 것 같다.

벼랑끝을 질주하는 지옥행 열차를 어떻게 하면 멈출 수 있을까?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문제를 푸는 심정이다. 미스터리다. 이 앨범에서 묘하게도 마일스 데이비스는 처음과 끝에 Mystery라는 곡을, 길이를 달리해서 수록해 두었다. 이래도 저래도 정녕 미스터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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