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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의 문화수준이 향상된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10년간 백운아트홀 무대감독을 맡아왔던 송두현(57)씨. 지금까지 그가 백운아트홀 무대에 올린 작품수만도 641건에 5천1백61회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도 송감독은 작품이 관객과 출연자의 상호 만족감으로 승화되는 것을 보고서야 무대 뒷편에서 늦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고 한다.
"관객이 없는 무대는 생각도 못합니다. 그래서 항상 관객들이 편안하고 쉽게 작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매끄러운 무대진행에 중점을 둡니다."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에 일처리가 웬만할 것도 같지만 송감독은 매번 작품을 무대에 올릴 때 마다 새로운 각오로 일한다고 한다.
송감독은 지난 92년 백운아트홀의 설계에서부터 참여해 지금까지 이끌어 왔다. 당시는 극장이 한번 세워지면 큰 무대는 줄여서 사용할 수 있으나 작은 무대는 활용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무대공간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특히 극장에서 공간건축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이기에 음향, 조명, 영상 등의 효과가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도록 조율하는데 많은 시간을 배려했다고 한다. 이는 서울에 있는 '예술의 전당'이 모범적인 설계의 시범사례이기도 하다.
송감독은 백운아트홀이 개관당시인 10여년 전에는 지역 관람객들의 수준은 기대이하였다고 털어놓는다. 일부 관람객들은 반바지와 슬리퍼를 신은 채 입장하고 극장안에 오징어와 맥주 등의 음식을 반입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이에 송감독과 백운아트홀 관계자들은 공연장 기초예절 및 장르별 감상법 교육에 나서기 시작했다. 교육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효과는 눈에 확연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든 관람객들은 복장을 제대로 갖추고 입장했고 공연감상시에도 적기에 박수를 보내는 등 관람매너가 수준급 이상으로 변화했다.
"관람객들의 매너 향상이 공연장을 찾는 횟수에 비례하더라구요. 이젠 유명 예술인들도 관객의 수준이 최고라고 말합니다." 당시를 회상하는 송감독의 입가에 흐뭇함이 베어있다.
송감독의 일에 대한 집념은 백운아트홀은 물론 각 문화회관 곳곳에서 묻어난다. 일본 등 해외연수와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일부 무대기기의 국산화를 이뤄냈다. 오케스트라 리프팅 스테이지 등 각동 이동무대를 직접 제작해 낸 것이다.
내년 정년퇴임을 앞둔 송감독은 "후배들을 위해 공연장 설계 등을 가르치고 싶다"고 소박한 희망을 말했다. 총총히 무대로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에서 화려한 무대 뒷편의 스테프들이 간직한 진한 예술 혼이 느껴진다.
글 사진/맹대환 기자 newsing@hona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