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의 일이다. '황혼 이혼' 이라는 말이 널리 유행하던 해의 8월 어느 날,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던 때라 불쾌지수가 높아 모두 신경이 날카로운 오후였다. 차림새로 보아 30대 중반쯤 돼 보이는 여성이 그늘을 가득 품은 얼굴로 빌보드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 어서 오십시오 "라고 인사만을 한 후 말없이 거동을 살폈다. 무려 이십 여분이 지난 후 한숨과 함께 그 여성은 말문을 열었다. " 저는 이혼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는 상관없는 말인 줄 알았어요. 일찍 결혼해서 올해가 9 년째인데 이제 내일이면 이혼하게 돼 있어요. 그래서... " 하면서 말끝을 흐리는 것이었다.
이혼문제는 누구에게나 매우 중대한 문제인데, 처음 본 레코드샵 주인에게 쉽게 말을 하는 것도 충격이었고 결혼 9년째면 분명히 애들도 있을 것이고 해서 긴장 반 걱정반의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 답답한 마음 좀 달랠 수 있는 음악 한 곡 추천해 주세요 "라고 재차 말문을 여는 것이었다. 그 순간에는 어떤 음악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머뭇거리고 있는데 남편인 듯 보이는 남자 한 분이 들어왔다. 그 후 한참동안을 가게 안에서 이혼을 반대하는 남편의 설득과 이혼을 결심한 아내의 최종 줄다리기가 진행되었다.
원래 음악이라는 것이 인간만사 모든 경우의 '희로애락'을 다양하게 표현한 결과물인 관계로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쉽게 찾는 것이기에 용기를 내어 이 부부의 이혼만은 막아야 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적극 개입하기로 결심하고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 제안은 다름 아닌 음악 한 곡을 들려주는 것이었다. 자리에 앉아서 음악을 몇 번 반복해서 듣게 한 후 소감을 물었더니, 그 여성께서 하시는 말씀이 " 마음을 울리네요. 무슨 노래죠? "라고 묻기에 용기를 가지고 사명감에 불타는 의지를 발휘해 가사 내용을 중심으로 친절한 설명을 해드렸다.
그 음악은 멋진 보컬 솜씨를 자랑했던 Al Kooper가 중심이 되어 9인조로 결성되었던 그룹 Blood Sweat & The Tears의 1968년도 데뷔앨범 < Child Is Father To The Man >에 수록된 곡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은 바 있는 ' I Love You More Than You'll Ever Know '이었다. 이 곡이 바로 그 부부의 이혼을 막은 일등공신이다.
그 곡의 가사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절규와 함께....
When I wasn't making too much money / You knew where my paycheck went You know I brought it home to baby / And I never spent one red cent Is that any way for a man to carry on / You think he wants his little loved one gone / I love you baby more than you'll ever know / more than you'll ever know ....
내가 돈벌이가 시원찮았을 때도 / 내 월급을 어디에 썼는지 알잖아요 모두 당신께 갖다 바쳤어요 / 그리고 나는 동전 한 닢 낭비하지 않았죠 더 이상 어떻게 살아 갈 수가 있을까요 / 사랑했던 당신이 사라져 버리길 바란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이 알지 못하는 그 이상으로 / 당신이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지금도 그 부부는 가끔 경제적인 이유와 이상의 불일치로 인한 수많은 이혼 부부들도 이 음악을 들었다면 더 사랑 가득한 부부로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웅변을 한다. |